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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Sep 25. 2022

명품 옷이 아니라 명품 패션 센스 갖기

-<내 취미는 캡슐 옷장에서 놀기> 중에서-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옷장에 단비 같은 활력을 불어넣어줄 진짜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선생님들을 모셔보자. 나는 비싼 옷이나 명품 옷으로 휘감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더 멋있고 아름다워 보인다는 생각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는 명품 백을 몇 개씩 가지고 있고 명품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있는 사람 앞에서 괜스레 주눅이 들고 부러움이나 열등감과 같은 못난 감정들이 올라오고는 했다. 그 물건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초라한 거라고 느꼈다. 그러나 나를 미운 오리 새끼라고 스스로 폄하하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면서 단순한 삶을 살게 되자 옷이나 물건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 그렇게 비워진 마음에 다시 채워진 것은 패션 센스, 패션을 향한 합리적인 가치관, 패션을 통한 인생철학이었다.      


   패션과 관련된 유튜브 채널 중에서 내가 수업을 듣듯이 접속을 하는 채널이 3개 있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도록 현혹한다거나 비싼 명품을 샀다고 자랑하는 식이 아니라 패션에 대한 나름의 소신과 철학이 있는 유튜버들이다. 먼저 <보라 끌레르>라는 채널의 유튜버는 디자이너를 오랫동안 활동했던 경력이 있어서 전문적인 식견으로 패션에 대한 모든 것의 꿀 팁을 대방출한다. 귀여운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며 구독자들에게 하나라도 정보를 더 주려고 빠르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듣고 있으면 기분까지 덩달아 밝아진다. 


  나는 가벼운 쇼핑을 할 때 H&M이나 자라, 앤 아더 스토리즈와 같은 SPA 브랜드를 이용하는 편인데 보라님이 세일 기간에 이곳의 옷들을 예리한 안목으로 가지고 와서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해주고 스타일링 팁까지 자세히 안내해주니 참 감사하다. 덕분에 온라인 쇼핑몰에 가서 검색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녀를 통해 조금씩 패션 센스를 업그레이드해가는 중이다.     


  <Like 스위트 망고>라는 채널을 통해서는 유행에 상관없이 계절별 스타일링을 하는 방법이나 명품이 아닌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서 가끔 접속하게 된다. 내가 지향하는 패션 가치관을 확고히 할 수 있고 조곤조곤 여성스럽고 우아한 말투까지 덤으로 익힐 수 있어서 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싶은 여성이라면 나이 불문하고 들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채널이라 하겠다. 영상을 보고 나면 잠깐 동안이지만 그녀의 화법을 따라 하고 있는 우아한(?) 나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 매력적인 유튜버는 독일 항공인 루프트한자의 승무원으로 현재 독일인 남편과 함께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다. 직장맘이면서도 틈틈이 패션 유튜버를 하고 있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에서 참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자 패션을 통해 인생의 철학까지 배울 수 있는 <밀라논나>이다. 사실 이 채널은 이태리에 사는 69세의 할머니 디자이너 유튜버가 삶의 지혜를 패션과 함께 버무려 편안하게 들려주는 고품격 인생학 강의 같다. 그녀의 옷과 액세서리 하나하나에는 설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마치 패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오래된 옷을 수선해서 재탄생시키고 단추로 귀걸이를 만들며, 수십 년 된 옷을 여전히 멋지게 코디해서 입는 알뜰함이 묻어난 창의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는 이 채널의 영상을 빠짐없이 다 보면서 결국 패션의 완성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치열하게 나다움을 펼치고 살며 주변을 둘러보고 사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인생에 한 번은 밀라논나 할머니처럼 나다움을 입고 나의 인생과 연애하며 살아보자. 아름다움은 예쁜 옷으로 꽉 찬 옷장도 비싼 브랜드의 옷도 아닌 내면의 단단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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