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일기》 1편
여의도에 첫 발을 들였던 순간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증권사 건물로 들어가고,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뉴스 속 시황 방송이 긴장된 공기를 만들던 그곳.
“오늘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여의도 증권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쉼 없이 요동쳤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 중국 증시 폭락의 충격,
코로나19로 촉발된 서킷브레이커의 멈춤,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 풍경까지.
모니터 앞에서, 트레이딩룸 한가운데서,
그 모든 장면을 직접 마주하며 치열하게 살아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은 대부분 비공개로만 남겨져 있었습니다.
리포트에는 숫자와 차트가 빼곡히 들어갔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는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매일의 소용돌이 속에서
단지 ‘오늘을 버티는 것’에 급급했을 뿐입니다.
이제는 조금 숨을 고르고, 그 시절을 꺼내놓고자 합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겪었을 불안과 환희,
증권사 내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긴장과 희비,
그리고 증권맨으로서 느낀 솔직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려 합니다.
앞으로 연재될 글은 특정 종목의 추천이나 단기적인 전망이 아닙니다.
대신 제가 직접 겪은 ‘시장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려 합니다.
주가 그래프의 한 칸 뒤에 숨겨져 있던,
그날의 여의도 공기와 증권맨들의 일기를 담아내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공포,
2015년 중국 증시 폭락과 무력감,
2020년 코로나 폭락장에서 시작된 동학개미운동,
2021년 공모주 광풍과 따상 신화 등,
시장을 뒤흔든 사건들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또한 증권사 내부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풍경도 전하고자 합니다.
리서치 리포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트레이딩룸이 급락장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성과 압박과 보너스 시즌의 희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여의도의 속살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이 글을 통해 “주식 시장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을 나누고 싶습니다.
탐욕과 두려움, 희망과 좌절이 얽힌 인간 군상의 기록.
그리고 그 속에서 제가 깨달은 작은 교훈들.
《증권맨 일기》는 과거를 회상하는 동시에
지금 투자자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투자를 오래 하신 분들께는 공감의 기록으로,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작은 이정표로 남기를 바랍니다.
이제 제 책상 서랍 속에만 머물던 기록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습니다.
첫 페이지를 연 지금,
저와 함께 여의도의 10년을 다시 걸어가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