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 폭락장에서의 첫 생존

《증권맨 일기》 2편

by 주알남

여의도의 긴장

2008년 가을, 여의도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소식이 전해지던 그 날,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출근길에 켜둔 라디오에서는 연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단어가 흘러나왔고,
증권사 건물 로비에 걸린 대형 모니터에는 시초가부터 급락하는 지수가 빨간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농담 섞인 대화로 시작되던 아침 회의도,
이 시기에는 “오늘은 얼마나 더 빠질까”라는 두려운 예감만이 돌았습니다.
농담조차 사라진 분위기, 그것이 금융위기 속 여의도의 공기였습니다.


폭락하는 주가와 멈추지 않는 전화

리먼 사태 이후 한국 증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급락했습니다.
외국인 자금은 거침없이 빠져나갔고, 환율은 치솟았습니다.
장중 지수는 출렁거렸고, 증권사 트레이딩룸에는 긴장된 고성이 오갔습니다.

“코스피 1,000선도 무너졌다.”
그 순간을 직접 모니터로 확인하며,
투자자들이 느낀 절망과 증권사 직원들의 무력감을 동시에 체감했습니다.

전화기도 쉴 새가 없었습니다.
“내 계좌는 괜찮습니까?”
“이제 다 끝난 건가요?”
고객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초보 증권맨이었던 저는 어떤 답을 드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리포트에 적힌 차트와 전망은 현실 앞에서 힘을 잃었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그저 “조금만 더 지켜보시죠”라는 진부한 위로뿐이었습니다.


위기의 한가운데서 배운 것

당시에는 ‘내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스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수업이었습니다.

첫째, 공포가 극대화될 때 시장은 오히려 기회를 준비한다는 사실입니다.
당시에는 끝없는 추락처럼 보였던 주가도 결국 회복했고,
그 과정에서 냉정함을 유지한 이들이 기회를 잡았습니다.

둘째, 시장을 읽는 눈보다 중요한 건 멘탈과 체력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시장 전망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매일 쏟아지는 공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증권맨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살아남는 법을 배운 시간

2008년 금융위기는 제 증권사 생활의 첫 번째 큰 시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배우게 해준 순간이었습니다.
당시의 두려움과 무력감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지만,
그 덕분에 이후 어떤 위기가 와도 담담히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다음 이야기

《증권맨 일기》의 두 번째 기록은 이렇게 저의 첫 생존기를 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시장의 충격,
**《2015년 중국 증시 쇼크 – 패닉 속의 무력감》**으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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