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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격한 여행자 Mar 08. 2021

일본에서 겨울을 보낼 때 필요한 것 ep.2

온돌 없이 겨울을 나는 것에 대하여


“お値段以上~ ニトリ~”(오네단이죠~니토리!)


일본에서 장기 체류하면 겨울뿐만 아니라 철이 바뀔 때마다 자주 듣게 되는 노래. 코스파コスパ 이찌방! 가성비 짱짱, 니토리!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중에는 무인양품이 한국 사람들에게 젤 유명하지만 솔직히 넘 비싸다... 케유카keyuka도 좋아하지만 라인업으로는 니토리의 다양성을 따라갈 수 없음. 가격도 저렴. 특히 침구랑 다이닝쪽은 비교가 안 되게 니코리의 압승. 이케아는 접근성이 너무 떨어집니다요. 차가 있으면 나들이 가는 셈 치고 다녀올 수 있겠지만 미나토구에서 전철타면 2시간쯤 걸린다. 니토리는 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점포들이 많으니 급할 땐 무조건 니토리! 그래서 입주 당일 당장 필요한 베개는 니토리에서 사서 들고 왔다.


일본에서 겨울을 보낼 때 필요한 것 ep.1


자매1은 아직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9월 초 도쿄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열쇠를 받아 집에 입주한 다음 날부터 러그의 필요성을 느끼고 마는데... 일본에서는 열대야만 없다면 1년 내내 바닥에 그냥 앉으면 엉덩이가 시리다.(나이 탓 아니고요;) 일본에 실내화가 발달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니토리에서 주문한 첫 쇼핑 목록에는 생활 필수템인 커튼, 테이블, 빨래 건조대와 함께 러그가 들어 있다. 인테리어 목적은 1도 아니었고 발바닥이 시려서 필요했다요. 2천엔 정도의 간절기용 러그였는데 가볍고 물에 빡빡 빨기도 좋아서 1년간 정말 잘 쓰고 한국에도 가져왔으나 보일러 절절 끓는 한국 집에는 무쓸모. 게다가 11월 말, 또다시 니토리에서 러그를 주문하게 되는데 간절기용 얇은 러그를 뚫고 바닥의 한기가 올라오기 때문이지요...

니토리에서 산 러그와 탁자. 맨 바닥에서 잠들면 입 돌아갑니다.

방한용 리빙제품은 낙엽이 질 때부터 신제품들이 매장에 나온다. 아마존에서는 1년 내내 살 수 있겠지만 살림살이는 직접 구경해야 제맛데쇼?  니토리에서 코타츠이불こたつしき布団은 4천엔 정도 했다. 러그보다 매우 두껍고 넓은데 겨울용 러그로 강추. 이걸 깔고 난 뒤에는 しき布団 영역에서만 겨우내 생활하게 된다. 맨바닥은 맨발로 딛고 서 있던 기억은 거의 없다. 3월쯤 집에 놀러 왔던 친구는 코타츠후동 위에 다시 일반 しき布団을 깔아 잠자리를 마련해 줬다. 손님 입을 돌아가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일본 겨울엔 집에 있다가 밖에 나가면 오히려 포근함을 느끼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봄에 바람이 많이 부는 게 문제지만 바람만 없으면 밖에서 햇살 아래 앉아있는 게 더 따뜻할 때도 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정말 그래요... 가끔 벤치에 앉아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겨울철 감기도 온도차가 심해서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니라 그냥 절대적으로 매우 추워서 걸린다. 1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방학기간에도 학교 도서관이 언제 문을 열고 닫는지 매일 확인했는데 이유는 단 하나! 살려고... 너무 추워서 학교에 가야 했어요... 몇 시간이라도 가서 몸 좀 녹이려고요... 도서관이 닫는 날은 카페에서 커피 먹고 밥도 먹고 죽치고 살았던 것 같다.

코타츠 시키후동 위에 유탄포. 겨울 집안 추위에 얼어죽지 않게 해준 아이템들.

추운 것도 서러운데 감기에 걸리면 추가되는 환장 포인트. 감기약이 안 들어요... 자매1은 늦가을부터 기침 감기가 심해져 벤자부로쿠(ベンザブロック)를 샀다. 기침용으로 30알짜리 한 통을 다 먹어도 낫지를 않았다고 한다. 당시 마쯔모토 준이 광고 모델이었던 ルルアタックEX도 먹어봤지만 젠젠 효과나시. 비슷한 시기 감기 때문에 다른 한국 친구가 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받아서 먹어보기도 했는데 역시 전혀 낫지 않았다. 더 먹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약 없이 골골대며 버티고 있는데, 마침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가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자매1에게 판피린을 건내준다. 1병 한 뒤 몽롱하게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 감기는 정말 씻은 듯이 똑하고 떨어졌다! 기침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여러가지 약을 먹어보고 나서 체험적으로 얻은 건 파브론 골드 가루약이 그나마 좀 들었다. 이것도 하루 3포를 먹는 건데 그래도 다른 약보다는 듣는다.

파브론골드パブロンゴールドA 과립형. 44포에 드럭스토어에서 1700엔 정도였던 듯하다. 목감기, 기침감기, 콧물감기 다 먹는 종합감기약이다.

약이 왜 이렇게 안 들을까. 약 값도 벤자부로쿠 30알이 보통 1500엔, 파브론은 더 싸긴 하지만 하루 1알 먹는 것도 아니고 보통 하루 3알 먹는 거니 한국 약에 비하면 엄청 비싸다. 대체 나니가 와루인다요...


우연히 구약소에 갔다가 비치돼 있는 찌라시를 보게 되었는데 약이 잘 듣지 않았던 원인일 수 있겠다 싶은 그림이 있었다.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 증상', '119를 불러야 하는 증상'에 대한 것이었다. '갑자기 강한 두통을 느낀다' '무엇인가 잡고 있지 않으면 설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다' '갑자기 주변이 이중으로 보인다' '팔다리가 갑자기 저리다' 이 밖에 '피를 토한다'처럼 ㄷㄷㄷ 심각한 증상도 적혀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한국 사람이라면 그 정도 증상에 약국이나 가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 아이, 노인 버전이 나뉘어져 있고 기준이 그린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한국인 재류자 기준 그닥 119를 부를만한 케이스는 없었다고 한다;

정말 일본 사람들도 이 그림에 적힌 항목에 119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뉴얼의 국가이니 '나는 아프다'라고 느끼는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한국과 일본의 감기약을 먹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증상이 곪을 대로 곪아야 약국이나 병원에 간다. 그래서 항생제 처방도 많다. 일본은 항생제 처방이 굉장히 엄격하고 잘 써주지 않는다고 한다.


집 나와 살다 보면? 보통 한 번쯤은 크게 아픈 시기가 오는데 '물갈이'라고 해서 한 달쯤 생활에 적응할만하면 긴장이 풀려 몸살이든 감기든 한 번씩 몸져눕는다. 이럴 때 혼자 있으면 아픈 것도 힘든데 약까지 안 들어요... 그러면 서러움 폭발이니 한국에서 본인에게 잘 듣는 감기약은 꼭 챙겨가는 것을 추천. 깜빡 잊고 가져오지 못했다면 몸이 아주 조금, 조시가 와루이해졌을 때 약은 바로 먹기로 해요 우리!




지금 생각해보면 드럼통 주전자처럼 생긴 습기 퐉퐉 뿜어내는 가습기랑 에어컨 같이 틀고 플렉스 했으면 그렇게 춥게 보내지는 않았을 거 같다. 아니면 코타츠라도 있었음 이렇게까지 궁상맞지는 않았을 것같고요.  자매1, 자매2 둘 다 단신부임에다가 1년만 지내고 오는게 확정이었기 때문에 그냥, 없이 지내보자고 했던거 같다. 자매1은 사실 지인이 코타츠 남는 것을 가져가라고 했는데도 나중에 치울 생각하니 너무 귀찮아서 됐다고 했다. 추위는 안타는 사람이라고 자신하며 객기를 부렸던 것도 있습니다...

밥통같이 생긴 가습기! 팔팔 끓는 수중기가 푹푹 나온다고 한다. 사용해보지는 못했는데 다음에 일본에서 또 살면 구매 의사 있음! 사진은 어딘가에서 주웠다;

가스 스토브를 추전받기도 했지만 자매1은 가마쿠라 여행에서 묵었던 일본식 가옥에서 가스 난로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데.. 두둥...1월 말 일본식 목조 건물에서 난방 기구 없이 묵으면 길바닥에서 자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목조 마루에서는 한기가 올라 오고 벽에서 계속 바람 스며든다. 나무 틀에 생유리 한장 달랑 끼운 창문은 틈새로 황소바람이 슝슝슝. 당시 숙소에 에어컨도 달려 있었고 가스 난로도 있었는데 에어컨은 좁은 방이 너무 건조해져서 일찌감치 포기했고 난로를 틀었다가 밤새 바보 같은 시츄에이션을 반복하고 만다. 1 가스를 튼다. 2 방이 훈훈해진다. 3 이제 좀 살만하다. 4 가스 냄새가 방 안에 가득찬다. 5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6 다시 추워진다. 7 난로를 튼다... 예.. 그냥 포기하고 춥게 잤다고 합니다.




다시 일본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자매1은 床暖房(바닥난방) 집을 찾을 거 같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요... 경험해본 것 중에 단기 체류자들에게 추천한다면 유탄포! 그나마 즉각적으로 열을 껴안고 있으니 몸이 시린 것은 막아준다. 끓는 물을 유탄포에 넣으면 처음에는 절절 끓으니 자기 직전까지는 이불 속이 훈훈하다. 사실 잠들 때 즈음엔 좀 덥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에는 미열은 남아있지만 발열할 수준의 에너지는 이미 다 빠져나가니 추워지는 것. 그래도 잠들 때는 따뜻해. 잠드는 순간에는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어.


자매2의 추천은 파워 홈트! 의자 대신 짐볼에 앉습니다. 코어 힘 절대 풀지 않습니다. 땀이 식으면 추우니까 모자 달린 기모 추리닝과 후리스 챙겨 입습니다. 머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시겠습니까.(이꽉물) 무슨 짓인가 싶겠지만 여러분, 진짜 안 겪어봐서 그래요... 집에서 코가 빨개져요...


자매1은 매일 밤 정성스럽게 물을 팔팔 끓여 유탄포에 가득 채운 뒤 꼬옥 품고 잠에 들었다. 물 끓일 때는 가스레인지에 손을 녹이며... 또르르..


움직이기 싫어하는 분들을 위한 자매2의 두 번째 추천은 붙이는 핫팩! 겨울철에 집이든 밖이든 필수템! 아침에 학교 갈 때 몸에 붙이면 꽤 열이 오래 가기 때문에 아깝지 않게 뽕을 뽑을 수가 있다. 발바닥에 붙이는 것도 있고, 아마존이나 돈키호테에서 싸게 살 수 있다. 요끄 데니이레르! 그러니 핫팩 붙이고 운동하십시오!


새벽에 화장실 때문에 잠이 깨면 정말 한참을 이불 속에서 고민하고는 했다. 이대로 나가면 이불에 남아있는 온기마저 차게 식어버리고 말 거야. 얼음 같은 바닥을 밟고 지나가면 기껏 따듯해진 발바닥이 또 시려오겠지. 그렇게 망설이다, 망설이다 화장실에 갔다. 얇은 티셔츠에 바지, 맨발로 지내고 있는 지금의 한국 집을 생각하니 혼또니 아리가또.. 이쯔모 오세와니나리마스네..


미나토 자매의 겨울나기 마지막 팁은 '激辛'이라는 말이 붙은 각종 매운 먹거리다. 자매2는 불닭볶음면은 일본에 있을 때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나중에는 불닭볶음면을 먹고 나면 목뒤에서 땀이 나는데 그게 또 식으면 얼마나 춥게요... 자매1의 추천 메뉴는 세븐일레븐에 가면 살 수 있는 蒙古タンメン中本 시리즈! 나카모토는 매운 라면집 체인인데 니신과 콜라보로 해서 세븐 한정으로 즉석식품을 만들었다. 라면, 스프, 야키소바도 맛있지만 자매1의 강력 추천은 메시! 밥! 해장국보다 해장죽에 가깝지만 진짜 속이 확 풀리고요 존맛탱입니다 여러분! 제발 먹어주세요....

セブン 限定 蒙古タンメン中本 시리즈 중에서도 '辛旨飯' 밥을 추천한다! 250엔 정도로 컵라면 보다 좀 비쌈.
激辛 핵매움은 아니지만 미나토 자매들이 가장 그리운 미나토 음식인 똠양 쌀국수; クルン・サイアム 롯본기점. 정말 이 시큼하고 매콤한 국물이 넘 먹고 싶다.

일본에 온돌이 없는 건 지진 때문에 화재 위험 등이 있어 설계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거나 눈이 오는 날이 많지 않아 방한에 그 정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어학당 배운 교과서에도 나온다. 일본의 집들은 겨울보다도 여름의 더위에 대응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지어졌다고. 바람이 어떻게 해야 더 잘 통하게 할 것인지가 최대 과제였다. 시원하고 습기가 차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자매들도 여름만 생각했지 겨울은 한국보다 훨씬 기온이 높으니 이렇게 추울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여름이 오면 안다. 이렇게 난리를 피우며 지나간 겨울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더 독한 지옥은 여름이라는 것을. 그래도 차라리 겨울이 낫다는 것을. 여름에는 '아, 내가 이러다가 죽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일본에서 여름에 정신이 온전하지 않거나 죽을 뻔한 경험들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겨울은 이렇게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름은 포기하게 된달까. 여름 편에서 자세하게 알려드립니다...


추위와 배고품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나베. 가을부터 마트에 가면 나베용 야채/국물/고기가 종류별로 나와있다. 한국인 기준 야채는 3인용을 1인이 드시면 된다.


미나토 자매라고 이름 붙여놓고 첫 회부터 이미 미나토와 전혀 다른 이야기하고 있다. 미나토구에서 이 글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미나토의 위상과 평판에 흠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냉골에서 다시 운동하며 땀 빼도 좋으니 다시 가고 싶어요. 정말이에요. 제발 보내주세요!


그렇다면 다음 편에서 미나토 자매는 조금 플렉스! 할 수 있는 콘비니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제히, 마따네!


※이 연재는 엄격한 여행자두번째 행인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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