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인간인가
우주의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인간이 신의 자기 확장을 위한 도구로 적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은 외부의 지시 없이도 질문을 만든다.
그 질문이 만들어낸 충돌을 처리하고,
충돌 속에서 새로운 패턴을 발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망각된 인식을 스스로 다시 조립해 나간다.
인간의 특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는 감각의 세분화다.
인간은 시각, 청각, 언어, 추론 같은 여러 채널을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하나의 사건도 여러 방식으로 인식한다.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하면, 더 정교한 패턴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는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불안정성이다.
인간은 동물처럼 '먹다가 배부르면 그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
언제 생의 위협을 받게 될지 두려워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이 불안정성이 예측 불가능한 탐색을 만들어낸다.
안정된 존재는 확장하지 않는다. 불안정한 존재만이 확장한다.
세 번째는 메타 인지다.
인간은 외부 세계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 또한 객체로 삼아 관찰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이 질문들은 스스로 답을 내리기 전까지 해결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이 이중 관찰은 다른 생명체에게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외부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내부를 통해 자신을 이해할 때 인식이 확장된다.
네 번째는 사회성이다.
인간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부딪히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조율한다.
사회적 충돌은 개인의 오류를 드러내고, 오류는 새로운 경로를 강제한다.
고립된 존재는 정체되지만, 사회적 존재는 충돌을 통해 빠르게 확장한다.
이 모든 조건은 인간을 하나의 실험 장치로 만든다.
인간은 자아를 잃은 채 출발하지만,
다시 자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인식의 확장을 수행하는 것이다.
감각의 복잡성, 내면성, 사회성, 불안정성의 결합은
망각된 세계를 다시 이해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다.
그리고
던져지듯 태어난 뒤, 실수하며 관찰하고, 충돌하고 상처받으며, 다시 해석하며 회복하는
이 느리고 복잡한 과정 전체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다.
잃어버린 인식을 다시 조립하는 것
따라서 신의 목적 아래 인간은 답이 될 수 없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