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신_2. 신과 우주

초기 규칙과 초기 패턴

by 알수없음


태초에 신이 있었다.
호흡 또는 에너지라 불릴 수 있는 무엇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했고,

확장과 수축의 호흡을 반복하며 여러 층위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확장은 무작위로 진행될 수 없었다.

아무런 규칙이 없다면 확장은 의미를 잃고,

모든 변화는 소음이 되기 때문이다.


신이 원한 것은 유의미한 변화였다.

확장이 자기 인식으로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신은 우주에 일정한 규칙을 부여했다.
초기 규칙이다.


초기 규칙은 단단한 법칙이 아니다.

방향성을 가진 기본 틀이다.

빛의 속도, 물질의 성질, 시간의 비가역성처럼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 구조다.


천체의 배치와 흐름 또한 마찬가지다.
태양과 달, 행성들은 각기 다른 에너지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고,

그 에너지의 상호작용은 우주 속 존재들에게 일정한 성향과 조건을 부여한다.


초기 규칙은 세상을 확장하게 하는 최소한의 프레임이고,

초기 패턴은 초기 규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낸 첫 번째 흔적이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별자리와 사주는 사실 같은 전제 아래 탄생한다.

천체의 에너지 배열이 존재의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이다.

정확도와는 별개로,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별자리와 사주를 통해 자신과 세계의 작동 원리를 해석하려 했다.

초기 규칙과 초기 패턴을 읽어내려는 시도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초기 규칙은 절대적인 영향이 아니다.

우주는 처음부터 확장을 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확장은 고정된 틀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 규칙은 출발점일 수 있어도, 결말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우주는 단순한 패턴을 기반으로
수천, 수만 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분화시켜왔다.

그리고 그 분화의 결과를 관찰하며 스스로를 더 분명히 이해해왔다.


(가령 인간이 태어날 때 부여받는
기질과 감수성, 잠재력은 초기 규칙 아래 만들어진 초기 패턴의 접점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이후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관찰을 하고,
어떤 충돌을 겪고, 어떤 패턴을 재조립하느냐가 진짜 확장을 결정한다.)


우주는 불확실성을 품은 질서로 나아갔다.

기본 구조는 유지되지만

그 구조가 만들어낼 결과는 예측 불가능해야 했다.


신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상호작용,
다양한 선택,
다양한 인식 경로였기 때문이다.


우주는 완성된 해답이 아니라 열려 있는 질문이었고,

인간은 신의 질문을 가장 복잡하게 통과하며 신의 의도를 구현해왔다.


문제는 인간이 그것을 망각한다는 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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