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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라 Jul 07. 2018

1.2 왜 나는 여기에 있는가?

- 인생의 미션

미션의 의미



존재의 이유(삶의 목적)

     

   인생의 미션(mission)은 인생이라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WHY)에 관한 것이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있는가라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으로서 삶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개시(initiating)를 승인(authorization)하는 프로젝트 사명서(project charter)에는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가 담겨 있어야 한다. 내가 사는 이유가 인생 프로젝트 사명서에 담김으로써 내 삶의 명분(justification)이 명확하게 확립될 때 자신의 삶에 대한 동기가 확고하게 부여될 수 있다. 인생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는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정의된 핵심 지배가치(core govern value)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다른 말로 인생의 가치관 또는 좌우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의 존재 이유인 인생의 미션을 명확히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인생, 즉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인문학이 풀려고 하는 기본 명제로서 많은 철학자와 종교인들이 오랫동안 그 답을 찾기 위하여 숙고해 왔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 속에서 각자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하얀 캔버스 위에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세 가지 사(事), 즉 사물, 사건, 사앎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물(事物)은 물질(matter) 자체, 사건(事件)은 물질과 물질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interaction) 현상, 사앎은 그 일어나는 상호작용 현상을 아는 당체(當體)이다. 사앎을 빠르게 발음하면 삶으로, 음소 도치를 하면 사람으로 읽을 수 있다.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차리고 알아가며 아는 것 자체가 삶이며, 그 아는 당체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삶이란 빈 캔버스 위에 나를 중심으로 이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알아가며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인가?

     

   인생이 빈 캔버스 위에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먼저 자신의 몸뚱이를 나라고 말한다. 여기 물이 담긴 컵이 하나 있다. 그 컵의 물을 이제 들이마신다. 몸뚱이가 나라면 마신 물은 내 몸을 이루는 나의 일부가 된다. 그렇다면 마시기 전의 컵에 담겨 있던 물도 내가 아닌가? 단지 있던 자리만 바뀐 것에 불과할 뿐. 나라는 존재를 몸뚱이라는 물질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내가 들이마시고 있는 공기도 내 몸을 구성하는데 쓰이므로 나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내 몸뚱이가 존재하기 위해서 쓰이는 물, 공기, 음식, 빛 등의 바깥 물질들 모두가 나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물질만이 나를 구성하는 요소일까? 감동적인 영화를 한 편 봄으로써 그 영화를 보기 전의 나와 보고 난 후의 나는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다른 존재인가? 만약 영혼을 일깨우는 감동적인 영화 대신 폭력 영화나 야동을 보았다면 나는 이미 다른 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칭찬하는 말과 긍정적인 소리를 듣고 자란 나와 꾸짖는 말과 부정적인 소리를 듣고 자란 나는 서로 다른 나로 자라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무엇을 보고 듣느냐에 따라서 나는 또 다른 내가 된다. 시각, 청각 이외에도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을 통하여 받아들이는 정보(information)들은 지식(knowledge), 감각(feeling), 감정(emotion)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나를 이루는 요소로 쓰이게 된다. 

   이렇게 받아들인 정보들은 뇌 속의 정신 작용에 의하여 사람마다 각기 서로 다른 상(image)을 만들고, 그 상(想)을 기준으로 분별을 하게 됨으로써 옳고 그름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의 틀(schema)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테면 내가 잘못을 했을 때 부모님이 타이르듯 하시는 말씀은 단지 외부의 정보에 불과한데, 이를 내가 잘되라고 하시는 훈계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면 긍정적인 생각이 형성되지만, 이를 듣기 싫은 잔소리로 받아들이면 부정적인 생각이 형성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생각은 각자의 마음에 다르게 작용하여 마음의 상태를 다르게 만들어 놓게 된다. 부모님의 훈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경우에는 마음이 편안하겠지만,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경우에는 마음이 불편하여 불평불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서로 다르게 만들어진 마음을 가지게 되면 그로 인하여 서로 다른 행위(action)가 유발하게 된다. 부모님의 훈계를 약으로 받아들인 나는 그 말씀에 대하여 머리 숙여 감사의 표현을 행하겠지만, 잔소리로 받아들인 나는 불평불만의 화를 표출하는 행위를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자신을 형성하는 물질, 정보, 생각, 마음, 행위가 나를 만드는 소재이며, 그것들 모두에 의하여 나 자신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지는 나라 하더라도 그것은 시시각각 새로운 물질, 정보, 생각, 마음, 행위에 의하여 찰나 찰나 변하기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항상 변하는 존재인 것이다. 즉 캔버스 위에 계속 그려지며 변하는 그림으로서 어떠한 그림으로도 그려질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가 나인 것이다. 불법(佛法)에서는 이러한 나를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인 오온(五蘊)의 인연 덩어리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성경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빛과 그 빛의 작용으로 바라봄으로써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일어나라(마태복음 5:15)'라고 전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우리에게 너 자신의 존재를 아는 것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고 일깨워 주고 있다.



나의 확장

     

   내가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이제 나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가를 알아보자. 나의 몸뚱이를 기준으로 인식의 경계를 정하게 되면 나는 그 경계 안으로 수렴되는 물질과 정보, 그리고 그 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마음, 그리고 그 경계 안에서 일어나거나 또는 경계 밖으로 발산되는 행위로 나라는 존재가 국한된다. 여기서 나의 경계 밖으로 발산되는 행위는 그 경계 밖에 존재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에게는 수렴되는 정보가 되는 셈이다.

   이렇듯 나라는 경계를 기준으로 밖에서 안으로 또는 안에서 밖으로 찰나 찰나에도 끊임없이 물질과 정보가 들고 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나라는 존재의 경계를 정할 경우에는 나라는 존재는 그 경계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에 의하여 살 수 있으며, 그 경계 밖의 것들이 없다는 나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불법에서는 경계 안의 나를 인(因)으로, 경계 밖의 모든 것들을 연(緣)이라고 하여 인연(因緣)이라는 단어로 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즉 나라는 존재가 내 밖의 것들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내 밖의 것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가 정해진다. 내 밖의 것들이 좋지 않다면 나 또한 좋아질 수 없으므로 내 밖의 것들을 좋게 해야 결국 내가 좋아질 수 있다. 결국 나와 내 밖 모두가 좋아져야 진정 내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나라는 것을 구분하는 그 경계를 없애버리면 나라는 존재는 없어진 경계의 안과 밖 모두가 내가 된다. 즉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 전체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를 불법에서는 소아(小我)에 대응하는 대아(大我)라고 부르며, 고타마 싯다르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로, 성경에서는 이 세상 어디에나 계시는 하나님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 전체로 확장되면 내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은 하고, 비록 나에게는 이롭더라도 이 세상에 해(害)가 되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善)이다. 세상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바로 설 때 내가 사는 이유, 즉 내 인생 프로젝트의 진정한 미션이 바로 설 수 있게 된다.



미션 정하기


   이제 인생이 무엇이고 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았다면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존재하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justification)인 자신의 미션을 구체적으로 정해보자.



인생철학(Life Philosophy)

     

   인생철학이란 인생 프로젝트의 미션과 그 미션의 바탕이 되는 원칙을 포괄해서 이르는 말이다. 인생의 미션이 이 세상의 원칙(principle) 위에 서야 그 미션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미션이 원칙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선다면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하고 애를 써도 내 인생은 풀리지 않게 되어 있다. 원칙이란 원래부터 있는 법칙의 준말이다. 예를 들어 긍정은 긍정을 부르고 부정은 부정을 부른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인연과보(因緣果報) 등과 같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을 말한다. 이러한 원칙을 스스로 찾기란 쉽지 않다. 혼자서 깨달으려 하지 말고 집단지성(body of knowledge)에 의존해 보자. 대표적인 집단지성인 불경이나 성경 등과 같은 고전을 컨닝해 보라. 이런 고전들은 그래도 믿을만하다. 만약 믿을 수 없는 틀린 정보였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그 오랜 세월을 살아남아서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올 수 없었을 것이다.



가치관

     

  원칙을 찾았다면 그 원칙 위에 어떤 가치를 세울 것인가를 고민하라. 가치관이란 내 인생 전반을 지배하는 가치인 지배가치(govern value)를 세우고 그 지배가치를 기준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 것인가 하는 관점을 말한다.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인생을 지배하는 가치는 그 가치들 중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가치를 의미한다. 두 갈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자신을 인도하는 가치를 말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자신의 영혼에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물어보라.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가리키는 그 방향의 가치가 당신의 영혼을 지배하는 가치인 것이다.

   지배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브레인스토밍, 2단계는 우선순위 정하기, 3단계는 미션 문구 만들기이다.

   먼저 1단계로 세상의 많은 가치들 중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간절히 원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해 보라. 가치와 관련된 단어들을 자유롭게 떠올려보고, 그래도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면 고전이나 사전을 뒤져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가치와 관련된 단어들은 무수히 많다. 행복, 사랑, 존중, 감사, 풍요, 공헌, 아름다움, 긍정, 리더십, 성실, 건강, 정직, 부자, 성장, 품격, 혁신, 중용, 근면, 절약, 모험, 평정심, 신앙, 도전, 절제, 자주, 규율, 정직 등등.

   다음은 2단계로 가치들을 나열했다면 그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보라.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면 그 기준이 분명해져 선택의 기로에서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내면이 정돈되어 모든 일에 질서가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부자와 정직 두 가치 중에서 정직이 우선순위가 높다면 돈을 좇을지 정직한 삶을 살지를 결정해야 할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부정한 돈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난파선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짐을 하나씩 버린다는 생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부터 하나씩 지워보라. 가장 마지막에 남는 1, 2, 3위의 가치들이 당신의 지배가치가 될 것이다.

   마지막은 3단계로 도출된 지배가치들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실천 강령인 미션 문구를 만들어보라. 추상적인 개념의 가치들이 자신의 삶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실천되어 열매를 맺으려면 각 지배가치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각 지배가치들을 조합하여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살아있는 문장을 만들어보라. 그 문장에는 지배가치가 하나만 포함될 있고, 둘 또는 셋까지 조합되어 표현될 수도 있다. 표현이 잘 되지 않는다면 "나는 ___________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노라!"라는 문장의 빈칸에 들어갈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임팩트 있는 문구를 생각하면서 만들어보라.



공자의 인생 회고론

     

   미션의 문구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문구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공자님도 5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했거늘 평범한 범부 중생인 우리가 어떻게 쉽게 하늘의 뜻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공자님의 인생 회고론을 보면 그분의 미션도 나이에 따라 변했음을 알 수 있다. 15세에는 지학(志學)이라고 하여 배움에 뜻을 두었고, 30세에는 이립(而立)이라 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홀로서기에, 40세에는 불혹(不惑)이라 하여 자신의 길이 확고하여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음에, 50세에는 지천명(知天命)으로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고자 함에, 60세에는 이순(耳順)으로 어떠한 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줄 앎에, 70세에는 종심(從心)으로 마음이 이끌리는 어떠한 행동을 해도 원칙과 법도에 어긋남이 없음에 인생의 뜻을 두었다고 하셨다. 이렇듯 인생의 미션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다. 오늘 정한 미션이 10년 후 아니 1년 후에도 수정 변경될 수 있다. 미션이 확고부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미션을 세우기가 어려워진다. 미션이 너무 자주 변하는 것도 문제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미션을 찾겠다는 마음도 문제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금의 미션을 정해 보라. 그러면 그 미션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거듭 발전함에 따라 함께 변화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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