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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라 Jun 07. 2024

프로젝트 통합 지휘

Project Integration Management

어떤 목적(미션)을 위해 어떤 목표(비전)를 창출할 것인가를 정했다면, 이제 그 목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그 세분화된 수많은 일들을 통합 지휘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수많은 악기들이 내는 소리들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지휘하듯이. 그러려면 미션과 비전을 중심에 두고서 본인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을 조화롭게 합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를 통합 지휘하기 위해서 먼저 프로젝트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구성적 관점에서 ⓵ ‘프로젝트의 개념’을 알아본 후, 경영 개념의 태동 배경을 통하여 ⓶ ‘매니지먼트의 개념’을 재정립해보겠습니다. 그런 다음 프로젝트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경험과 지식의 축적 공유와 관련된 ⓷ ‘OPA(organizational process assets, 조직 프로세스 자산)의 개념’과 성공 환경의 조성과 관련된 ⓸ ‘EEF(enterprise environmental factor, 사업 환경 요소)의 개념’을 파악한 후, 최종적으로 시스템적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⓹ ‘통합 경영(Integration Management)’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로젝트의 개념


시간의 정의와 종류

‘프로젝트는 어떻게 구성되는가?’라는 구성적 관점에서 프로젝트의 개념을 파악하려면 먼저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시간(time)이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에 이르기까지 서로 계속되는 ‘사건(event)’들로 측정되는 비공간적 연속체”라고 웹스터 사전에선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시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사건입니다. 사건을 다른 말로 일(work)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왜 돌까요? 왜 가만히 있지 않고 태양 주위를 빙빙 돌까요? 이 질문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지구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시적 우주 관점뿐만 아니라 미시적 소립자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움직이고 있지 정지되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자신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물건들이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고정된 듯이 보이기 때문에 지구는 왜 정지되어 있지 않고 그렇게 빙빙 돌고 있을까라는 엉뚱한 질문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 세상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되어 있다면 시간이라는 관념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고 변화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란 어떠한 사건들로 인하여 공간적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만들어진 관념에 불과합니다.

즉 일들이 연속적으로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매니지먼트하는 방법은 시간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제대로 관리하는 데에 있습니다. 즉 시간 경영의 핵심은 사건 경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분초단위로 잘게 쪼개어 허투루 보내지 않고 사용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 경영을 제대로 해야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일의 유형은 일의 중요 여부와 시급 여부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즉 시급하면서 중요한 일, 시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일, 시급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 시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하지도 않은 일. 각 유형의 일들을 사람의 유형과 매치시키면 사람의 유형 또한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항상 중요한 일을 시급하게 처리하는 똑부형(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유형), 중요한 일이지만 여유를 부리며 일을 처리하는 똑게형(똑똑하면서 게으른 듯 여유로운 유형),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항상 바쁘게 서두르며 부지런을 뜨는 멍부형(멍청하면서 부지런만 뜨는 유형), 여유를 부리며 중요하지 않은 일만 하는 멍게형(멍청하면서 게으른 유형). 어떤 유형이 가장 바람직한 유형일까요? 자신의 상사가 어떤 유형이면 가장 힘들까요? 아마도 똑부형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멍부형이 가장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입니다. 똑부형은 부지런을 떨기에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보람은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멍부형은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듯 항상 바쁘게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보람도 없이 힘들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멍부형보다는 오히려 멍게형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멍게형은 중요하지 않은 일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똑게형입니다. 똑게형은 주위 사람들과 여유롭게 사색과 소통을 해가며 중요한 일들을 계획적으로 다루어나가기 때문에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적합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 또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 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객관적인 시간이며,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Kairos) 시간으로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주어져 자신이 원하는 기회를 만드는 주관적인 시간입니다. 크로노스(Χρόνος)는 그리스 태초 신들 중의 하나로 만물과 창조의 지모신(地母神)인 가이아로부터 태어난 ‘시간의 신’이며, 카이로스(Καιρός)는 제우스의 막내아들로서 ‘기회의 신’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관점에서 일은 특정한 목표와 시한을 정하고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일(project work)과 이에 대응되는 목표나 시한을 정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하는 오퍼레이션 일(operation work)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크로노스 시간은 오퍼레이션 일에, 카이로스 시간은 프로젝트 일에 대응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어진 24시간은 크로노스 시간과 카이로스 시간들의 합으로 이루어지며, 그 시간들은 일상적인 일들과 프로젝트 일들로 채워집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몰고 일상적으로 습관처럼 하는 출퇴근은 오퍼레이션 일이지만, 만약 건강을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자전거를 타고서 출퇴근하는 것을 새로운 습관이 될 때까지 1년간 해내겠다는 시도는 프로젝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퍼레이션 일은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다지 큰 의지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프로젝트 일은 목표를 정하고서 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 의지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매일 일기를 쓰는 일이 처음에는 어렵지만, 만약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또는 잠자기 전에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습관이 되면 의도치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새로운 시도가 습관으로 고착화되는 데는 특정한 기간 동안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일상적인 오퍼레이션 일은 습관적인 일이며, 목표를 정하고서 행하는 프로젝트 일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일입니다. 개발부서에서 새로운 신형 자동차를 개발하는 일은 프로젝트 일에 해당되지만, 신형 자동차 개발이 완료되어 모든 제작 공정 기술이 생산부서로 이전된 후 신형 자동차를 양산하는 일은 오퍼레이션 일에 해당됩니다. 


프로젝트의 구성

프로젝트를 구성적 관점에서 하위(下位) 구성 관계로 세부 ‘단계(phase)’별로 나누거나 ‘최종 산출물(final deliverable)’과 이를 완성하기 위한 ‘세부 산출물(sub-deliverable)’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프로젝트의 상위(上位) 구성 관계로 유사한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관리하는 ‘프로그램(program)’과 기회의 다각화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전반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포트폴리오(portfolio)’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단계나 산출물은 협의적 관점에서 세부 프로젝트로 볼 수 있으며, 프로그램이나 포트폴리오는 광의적 관점에서 거대 프로젝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즉 산출물, 단계,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를 모두 프로젝트와 같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WHY(목적), WHAT(목표), HOW(방법)의 2W1H 논리 구조로 풀 수 있듯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하위 방향의 산출물과 단계, 그리고 상위 방향의 프로그램과 포트폴리오도 2W1H의 논리 구조로 풀 수 있습니다.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프랙털(fractal)이라고 합니다. 고사리는 전체 모양과 그 전체의 잎사귀 모양, 그리고 그 잎사귀보다 작은 이파리의 모양이 모두 비슷한 형상을 띱니다. 리아스식 해안선, 혈관 분포, 나뭇가지 모양, 성에 모양, 산맥 모습 등 자연계는 대부분 프랙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산출물, 단계, 프로젝트,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도 모두 2W1H의 동일한 구조로 프랙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그 일을 풀어가는 논리적 구조는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W1H를 거시적(macroscopic) 관점에서 바라보면 WHY는 미션에, WHAT은 비전에, HOW는 전략에 해당되지만, 미시적(microscopic) 관점에서 바라보면 WHY는 어떤 산출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요구사항(requirements)에, WHAT은 필요한 산출물(deliverables) 자체에, HOW는 해당 산출물을 만들기 위한 활동(activities)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의 개념


경영이란?

현대의 경영 개념은 헨리 포드에 의해서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헨리 포드 이전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가내 수공업 방식의 길드(guild) 체제에서 공장제 수공업 방식의 매뉴팩처(manufacture) 체제를 거치면서 기계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공장제 기계공업 체제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기계의 등장으로 수공업 방식보다는 제품 생산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으나 자동차와 같이 다양한 부품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제품의 생산에 있어서는 여전히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포드는 복잡한 제품을 세분화(decomposition)하여 다루기 쉬운(tangible) 수준의 구성품들(components)로 나눈 후, 각 구성품마다 역할분담(roles and responsibilities)을 통한 분업화를 함으로써 생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을 세분화함으로써 분업화가 가능해졌고, 분업화를 지속함으로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업의 숙련도가 높아져 각 역할 담당자들이 전문화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세분화로부터 분업화로 그리고 분업화로부터 전문화로 연계되는 새로운 경영(management) 개념을 창안하여 컨베이어 방식의 생산라인에 도입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는 현대와 같은 새로운 생산 경영 시스템이 결국 조성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Management vs. Control

매니지먼트(management)의 개념은 컨트롤(control)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컨트롤은 ‘통제’ 또는 ‘관리’의 개념으로서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의미가 강하며, 계획에 기초하지 않은 통제나 관리의 경우 강압적 행위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매니지먼트는 단순히 통제의 개념을 넘어 ‘경영’의 개념으로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기초로 일을 수행 및 관리해 나가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작업을 수행하기 이전에 전체 작업을 다루기 쉬운(tangible) 수준의 작업들로 세분화한 후, 이를 기초로 수행과 관리를 해나가는 것을 매니지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매니지먼트는 계획(planning)과 수행(executing) 그리고 관리(controlling)를 모두 아우르는 의미를 가집니다.


Time Management vs. Scope Management

현대인들은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삶이 다양해진 반면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수많은 사소한 일들로 압박을 받으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의 삶이라는 바스켓을 채우고 있는 작은 돌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돌들로 바스켓의 대부분의 공간을 채우고 있기에 정작 중요한 큰 돌들을 채울 여유 공간은 부족합니다. 

과거에는 시간을 잘게 쪼개어서 이런 작은 돌과 같은 자잘한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시간 경영’ 방식을 적용하면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 경영을 잘한다고 해서 그다지 일의 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 경영을 잘한다고 바쁘지 않게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시간을 시, 분, 초 단위로 쪼개어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시간에 쫓기거나 조금의 시간이라도 허비하게 되면 죄를 짓는 것 같은 자책감이 들어 스트레스는 더욱더 급증하고 삶이 피폐해지게 됩니다. 

시간 경영의 이러한 문제를 걸고넘어진 분이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이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를 집필한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입니다. 그는 작은 돌과 같은 사소한 일들을 해치우기 위해 시간을 잘게 쪼개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듯 대응해 나가는 ‘시간 경영(time management)’ 방식보다는 큰 돌과 같은 중요한 일들에 우선순위를 두고서 삶을 주도해 가는 ‘일 범위 경영(scope management)’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봤습니다. 대부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작은 일들은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유발되는 사소한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반해 큰 일들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며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에 급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다루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은 뒤로 미루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사소한 잔돌들로 바스켓을 채우며 바쁘게 살아가면서 정작 중요한 큰 돌을 자신의 인생 바스켓에 채우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짓입니다. 큰 돌을 먼저 정한 후 바스켓에 채우고 그 틈 사이 여유 공간에 잔돌을 채우는 지혜를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점진적 구체화(Progressive Elaboration)

계획은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구체화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은 최초에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완벽하게 짜놓은 계획이라 하더라도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획은 변경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큰 프레임은 짜놓고 출발하되, 모든 부분을 상세하게 계획하고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시일 내(in the near term)의 일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계획을 분할하여 세우고, 미래의 일(future work)에 대해서는 개략적인 상태로 출발한 후, 일이 진행됨에 따라 근시일 내의 일을 반복적으로 상세화해 나가는 점진적 구체화 과정이 불확실성이 높은 R&D 프로젝트의 경우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계획의 반복 주기는 프로젝트의 특성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계획의 정체를 상세하게 밝힐 수 있는 정도는 프로젝트의 불확실성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계획의 점진적 구체화 주기는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이란 딱딱한 행정적인 일이 아닙니다. 경영은 보살핌과도 같습니다. 적절한 경영은 조종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살피는 일입니다. 일을 해나감에 있어 보살피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하면 주먹구구식으로 일이 진행되어 나중에 그 일이 자신을 끌고 가는 형국에 빠지게 됩니다. 일을 보살핀다는 것은 자신을 위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일을 주도하고 끌고 가기 위해서는 주요한 큰 일머리(work scope)들을 사전에 포석(布石)하고 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점진적으로 돌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점진적으로 보살피는 과정이 좋은 경영, 적절한 경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OPA(Organizational Process Assets)의 개념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통합 경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수행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이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떠한 일도 사전 정보가 없이는 출발할 수 없습니다. 정보가 유입되는 경로에 대해서 살펴보고, PM 지식체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lessons learned에 대해서 알아본 후, 지식이 형성되는 기제(mechanism)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정보 유입의 경로

정보의 유입은 간접 경험이나 직접 경험의 경로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유입되는 정보의 상당 부분은 책이나 강의, 영상 등의 매체를 통한 지식 습득과 같은 간접 경험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하여 오랜 기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축적하여 체계적으로 쌓아둔 지식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습득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물리학이라는 텍스트북을 혼자서 직접 경험하여 모두 알려한다면 평생을 다 바쳐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한 지식 습득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직접 경험을 통하여 아는 사실에 비하여 피상적인 지식이 될 소지가 높습니다.

어린아이가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대려 할 때 대부분 부모들은 이를 말립니다. 손에 화상을 입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호기심이 아주 많은 아이라면 부모가 없을 때 몰래 직접 난로에 손을 대보려 할지도 모릅니다. 난로에 손을 댔을 때 손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의 설명이나 책을 통한 서술적 정보로 구구절절 알리는 것보다 난로에 손을 한번 대어 보는 것이 해당 정보를 습득하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일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모든 아이들은 천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릴 때 아이를 안전하게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간섭으로 대부분 아이들의 천재성이 차단된다고 합니다. 4~5세 이전까지의 아이들이 책 읽기나 레고 쌓기, 아니면 그림 그리기 등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대부분 부모들은 밥을 먹으라며 혹은 너무 오래 했으니 다른 것을 하라며 이를 말립니다. 이러한 차단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한 가지에 오랜 시간 집중하여 정보를 습득하는 자질이 말살되어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기한 것들을 아이들은 직접 경험해 보고자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천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을 정형화된 양육 체계 속에 가두어 평범한 아이로 키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직접 경험은 세상과 사람을 통하여 유입될 수 있습니다. 세상 속에는 무한한 소재들이 널려 있으며, 그 소재들을 통해 무한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창의적인 천재가 될 수 있습니다. 간접 경험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며 습득하는 직접 경험을 통하여 수많은 정보들이 자신에게 노하우로 축적되고, 그 노하우로부터 나름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인 진리를 파악하게 됩니다. 이러한 진리 프레임이 형성되면 세상을 보는 통찰과 안목이 길러집니다. 특히 세상 속에 존재하는 소재 중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정보 유입의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이 옳고 다른 이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부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면 그 가능성의 문은 차단됩니다. 틀림에서 다름의 긍정적인 시각으로 주위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면, 그들이 가진 정보가 자신에게 흘러들어와 무한한 도움을 받아 자신의 발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게 됩니다.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없기에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연구 개발을 하기 위하여 전공 공부를 하거나 다른 이들의 논문을 읽는 일은 간접 경험이지만, 이 수준에서는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간접 경험을 통하여 축적된 지식을 토대로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재현해 보고,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의 맥락이나 방향성을 파악한 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새로운 현상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Lessons Learned

글로벌 표준 PM 지식체계에서는 경험을 통하여 터득된 모든 것을 ‘Lessons Learned’라고 부르며 중요하게 다룹니다. Lessons Learned는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한 모든 밑거름입니다. 직접 경험을 통한 체험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겪게 됩니다. 어떤 일을 수행하든 성공 경험보다는 실패 경험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만약 100가지 일을 시도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최저점부터 최고점까지 분포하는 정규분포를 그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최고점에 가까운 몇몇의 경우를 성공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실패로 치부합니다. 어떤 일을 수행하고 그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했을 때 각자가 겪은 경험의 결과로 남는 Lessons Learned가 이후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일에 효과적으로 연계되어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성공하지 못한 그 나머지를 실패로 보는 관점에서 야기됩니다. 성공의 반대에 실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성공의 반대는 불성공(不成功)입니다. 정규분포의 최저점에 가까운 몇몇의 경우를 실패라고 부른다면 그 이외인 성공도 실패도 아닌 부분은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시도하는 것들 중 대부분의 결과들은 이 부분에 속할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만 1%의 성공은 99%의 불성공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99%의 불성공이 없이는 1%의 성공도 없습니다. 성공은 99%의 실패에 의해 이루어지며, 실패의 경험은 성공의 밑거름이기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들 합니다. PM지식체계에서 실패의 경험인 Lessons Learned를 소중히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경험 vs. 지식

정보의 유입 경로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인 지식 습득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오랜 경험을 통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체득한 정보나 노하우가 쌓여 개개인의 암묵지(暗黙知)가 만들어집니다. 이와 같이 형성된 암묵지는 인간 행동의 기초가 되는 지식 체계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언어나 문자 등으로 표현된 정보를 습득하여 알게 되는 지식을 명시지(明示知)라고 합니다. 모든 명시지는 수많은 암묵지들이 모여 체계화되는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집니다. 

명시지는 외부 정보를 학습하는 문(聞)의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지만, 암묵지는 알고 있는 것을 곰곰이 되씹는 사(思)의 과정과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수행하고 체험해 봄으로써 체득되는 수(修)의 과정을 통하여 형성됩니다. 문의 과정을 통하여 습득되는 지식만으로는 온전히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습득된 지식을 가지고 정말 그런지를 수십 수백 번 반복하는 사색 과정을 통하여 제대로 이해되었다 하더라도 그 또한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이해된 지식을 실제 실행을 통해 체험함으로써 자기 것으로 소화되었을 때 비로소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뜻으로 공자님께서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결국 모든 앎은 몸소 실행해 옮겨 직접 경험함으로부터 옵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한 번의 몸소 체험엔 미치지 못합니다. 


지식 프레임 형성 메커니즘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통하여 유입된 정보로 사람마다 서로 다른 틀의 지식 프레임이 형성됩니다. 지식 프레임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은 물리학에서 물질이 형성되는 메커니즘과 유사합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하나의 지식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리학의 균일 핵생성(homogeneous nucleation) 과정과 유사하며, 기존에 형성된 지식 프레임에 새로운 정보들이 붙어 나가면서 응집 성장되는 과정은 불균일 핵생성(heterogeneous nucleation) 과정과 유사합니다. 

소금을 비커(beaker)에 담긴 물에 완전히 녹인 후 온도를 급격히 낮출 때 물속에서 소금 핵입자가 형성되는 경우를 균일 핵생성이라고 하고, 온도를 서서히 낮출 때 비커 벽에서 소금 핵입자가 형성되는 경우를 불균일 핵생성이라고 합니다. 불균일 핵생성은 비커 벽과 같은 경계면 위에서 까대기를 치듯이 핵입자들이 형성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던 물속 중간에서 핵입자가 생성되는 균일 핵생성의 경우보다 훨씬 쉽게 핵입자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지식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모르고 있던 지식을 처음으로 알아내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지식을 최초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반해 이미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이나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지식에 추가로 다른 정보들을 덧붙여 나가는 경우는 그다지 많은 노력이 요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없던 지식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기존에 있던 지식에 덧붙여 추가로 만드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정보들이 모여 지식 프레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지식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렇게 형성된 다중 지식 프레임들 간의 합성(synthesis)을 통하여 새롭게 융합된 지식 프레임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지식 프레임을 기준으로 이와는 다른 새로운 지식 프레임이 형성되고, 그 후 두 지식 프레임 간에 합성이 일어나는 과정은 헤겔의 정반합(正反合)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정반합의 이론에 따르면 먼저 정(thesis)의 체제가 만들어져 일정 기간 유지되지만, 이후 그 체제가 한계점에 봉착하게 되면 이에 반하는 반(antithesis)의 체제가 만들어집니다. 그 이후 반의 체제가 지배하게 되지만, 그 또한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다시 이전의 정의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과 반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을 취하는 새로운 합성이 일어나 합(synthesis)의 체제로 발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그 합의 체제가 최상(the best)의 체제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이 합의 체제가 정으로 정착되고 또 그에 대응하는 반이 형성되며, 이후 정과 반이 합이 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더 나은(the better) 체제로 진화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체제의 진화 발전 과정은 한 개인의 지식 및 사고 체계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 생명, 정신, 문명 체계에서 쉽게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서 경제사(經濟史)에서 볼 수 있듯이 최초에 경제를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에 자유롭게 맡겨 두면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간다고 믿었던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시장주의가 경제체제를 지배하였지만, 이후 세계 경제 대공황이 일어나 시장주의 경제체제가 한계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정부주의가 시장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되게 됩니다. 경제를 시장에게만 맡겨두어 경제대공황이라는 큰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경제를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정부 개입 주의가 이후의 경제 체제를 지배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1970년대에 오일쇼크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한계점에 봉착하게 됨으로써 정부주의 경제체제 시대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시장과 정부가 동시에 함께 경제를 주도하게 하는 새로운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만들어져 현재까지 세상을 지배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또한 작금의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한계점에 봉착한 듯합니다. 새로운 체계로의 혁신적 변화는 더 이상 현재의 솔루션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만 비로소 일어나게 됩니다. 지금이 또 다른 반의 체제로 이전하기 위해 꿈틀대는 시점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 개체가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까지는 4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⓵ 외부 세계에 분산되어 존재하는 데이터(data)가 오감(五感)을 통하여 개체 내로 입력이 되고, ⓶ 입력된 데이터가 뇌에 정보(information)로 저장된 후, ⓷ 저장된 정보들이 뇌 시냅스 간의 연계를 통한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논리적 체계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지식(knowledge)으로 구축되며, ⓸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구축된 다양한 지식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에 의한 학습을 통하여 사리 분별과 판단이 가능해지고 더 나아가 예측까지 가능해지는 지능(intelligence)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도 이와 같은 작동 원리로 이루어집니다. 무수한 개와 고양이 사진 데이터가 입력되면, 개와 고양이의 다양한 특징들을 정보로 뽑아내고, 그 정보들을 체계화하여 개와 고양이에 관한 일련의 종합적 지식 체계가 수립된 후, 이후 제공되는 사진으로부터 개인지 고양이인지를 구분해 내는 시행착오에 의한 학습을 통하여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지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현상을 분석하고 판단해 내는 지능이라는 것에 한계가 있을까요?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즉 세상을 보는 눈은 자신에게 입력된 데이터로부터 형성된 정보, 지식, 지능 체계를 근간으로 작동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천동설 시대의 사람들은 당연히 하늘이 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대인들은 모두 지구가 스스로 돌면서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중 어떤 이가 천동설 시대로 돌아가 지구가 돈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또 봉건주의 시대로 돌아가 봅시다. 봉건주의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왕이 최상위에서 군림하고 그 아래 모든 신분계층들이 양반, 평민, 노비 등으로 나뉘어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신분에 따라 지배를 당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히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러한 체제가 용납될 수 없을 것입니다. 봉건제 체제하에 사는 사람들은 신분이 세습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럼 지금 현대자본주의 시대는 어떤가요? 신분은 세습되지 않지만, 재산은 여전히 세습되고 있지 않나요? 만약 먼 미래의 후손이 지금 체제를 보면 말이 안 된다고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가 봉건주의 시대 때 신분이 세습되었던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렇듯 세상은 지금까지 쌓여온 정보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식체계로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의식세계가 형성됩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형성된 지배구조와 의식세계는 또 다른 정보들이 생산되어 쌓이고 그렇게 쌓인 정보들로 새로운 지식체계가 형성되면서 또 다른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이렇듯 지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식에 대해 열린 마인드가 형성되게 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다는 사고방식은 자신 앞에 열려 있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애초에 닫아 버리는 꼴입니다. 그 불확실성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무한한 데이터에 열려 있는 자신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지식의 무상(無常)함을 통하여 항상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creator)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의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대한 의심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의심해야 합니다. 자기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은 자신을 무한한 데이터뱅크와 연결시켜 주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고 그게 다라는 생각은 자신의 지식을 고착화시켜 고지식한 사고를 가지게 하므로 자신 앞에 펼쳐져 있는 무한한 데이터뱅크와의 연결을 애초에 차단시키게 됩니다.

PM지식체계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OPA(organizational process assets)의 전수는 좁게는 개별 프로젝트의 lessons learned 전수에서부터 넓게는 조직이나 사회의 지적 노하우 전수와 국가나 인류 문명의 지식 전수까지로 확대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는 모차르트에게 교향곡 작곡법을 전수했으며, 모차르트는 베토벤에게 또한 이를 전수하였습니다. 모든 문명은 이렇듯 선배들의 지적 자산들이 후배들에게로 전해져 내려오며 발전해 왔습니다. 한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명의 성장 또한 지금 당장을 바라보면 크게 변화하는 것 같지 않지만 지나고 나서 과거를 바라보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지만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세상입니다. 지금은 로봇이 스마트폰과 같이 일상적이지 않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쥐고 다니듯이 바로 우리 곁에 로봇을 두고 살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문명의 변화는 슬그머니 다가와 어느 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매김을 합니다. 

중국 극동 지방에서 자라는 모소 대나무는 씨앗을 뿌린 후 4년 동안 단 3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5년이 되는 해부터 매일 30cm씩 자라 6주가 지나면 빽빽한 대나무 숲을 이룬다고 합니다. 이렇듯 4년 동안 미동도 없다가 그 후 6주 만에 놀라운 성장을 보이는 것은 4년간 땅 속에서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수분과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지지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들이 하는 수많은 시행착오들도 이런 뿌리를 내리는 작업들입니다. 지금 당장은 헛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무수한 경험들이 쌓이고 서로 공유되어 전수됨으로써 지지기반이 마련된 후 임계점(critical point)에 도달하게 되면 어느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여러분들이 하는 일에서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고 너무 아쉬워하거나 풀이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많은 일들이 가치 없는 짓이 아니라 소중한 밑거름으로 쓰이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짓이란 없으므로. 



EEF(Enterprise Environmental Factor)의 개념


OPA가 구성원들마다 각자의 경험치를 쌓아가고 그 경험치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이라면 EEF는 구성원들의 지식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말합니다. 즉 OPA가 각 구성원들이 속이 빈 쭉정이가 아닌 속이 꽉 찬 알곡으로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라면 EEF는 그 알곡들이 심어지는 텃밭을 양질의 옥토로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속이 꽉 찬 알곡들이라도 심어지는 텃밭이 척박하면 싹이 돋아나기 어렵습니다. 비록 속이 꽉 차지 않은 쭉정이들이라도 텃밭이 비옥하면 그 쭉정이들로부터 싹이 돋아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딛고 서있는 텃밭의 퀄리티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 텃밭의 퀄리티가 양질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배환경을 개선시켜 나가고 각 구성원들이 함께 의기투합하여 협업을 할 수 있는 생태계의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배 환경(Governance)

지배 환경은 수많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텅 빈 땅에 울창한 숲이 들어서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씨앗이 심어지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빈 땅에 씨앗이 심어지더라도 햇볕, 공기, 물, 자양분 등이 공급되지 않으면 그 씨앗에서 싹이 돋기란 쉽지 않습니다. 볕이 잘 들고 공기가 맑고 깨끗하며 촉촉한 수분과 충분한 자양분이 공급되는 쾌적한 주위 환경이 조성된다면 씨앗에서 싹이 나 이후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란 큰 나무들은 또한 주위의 나무들이 생겨나 자랄 수 있도록 또 다른 씨앗을 공급하고 떨어진 낙엽들로 자양분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개체들로 거듭나게 됩니다.

즉 지배 환경은 씨앗 심기, 주위 환경, 주위의 큰 나무들로 구성되며, 이는 PM 시스템에서 reminding, ground rules, expert judgement에 대응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감에 있어 개별 일들을 먼저 반복적으로(re-) 마음에 새기는(minding)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reminding입니다. 땅 속에 씨앗을 심듯이 마음속에 해야 할 일거리를 먼저 심어야 합니다. 한번 심으면 쉽게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여러 번 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re-minding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음속에 해야 할 일거리를 심었더라도 주위 환경이 부정적이면 그 일들을 이루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ground rules를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서로 비방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환경보다는 도움이 되는 규칙을 정하여 지키고 서로 북돋우며 의기투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그다음으로 필요합니다. Reminding과 ground rules가 조성되었더라도 주위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으면 일을 완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위 전문가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심어주기도 하고, 그 일들을 해나감에 있어 도움이 되는 자양분을 공급해 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조언인 expert judgement가 필요한 것입니다.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주기적으로 사명서를 암송하며 마음속에 하고자 하는 일의 명분인 미션(mission)과 최종목표인 비전(vision)을 상기시키고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핵심 산출물(key deliverables)을 명심하고서(keep in mind) 오늘 챙겨야 할 주요 활동(activity)을 체크한 후 해야 할 활동들을 행동으로 옮겨 나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물에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을 reminding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장치로서 책상 앞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미션과 비전 그리고 핵심 산출물이 간명하게 적혀있는 패널(panel)을 준비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패널은 단색조의 글로만 이루어진 것보다는 다채로운 색상과 그림 또는 사진 등으로 꾸며져 지루하지 않도록 이미지화를 시키면 reminding에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Ground rules는 어떤 일을 함께 수행함에 있어 일이 효과적으로 원활히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을 말합니다. 기본원칙의 수가 많을 경우 그 원칙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프로젝트를 매니지먼트 함에 있어 기본원칙은 최대 3개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나를 위한 원칙 하나, 너를 위한 원칙 하나, 우리 모두를 위한 원칙 하나로 기본원칙을 정하면 도움이 됩니다. 고대 철학 사상에서 우주의 3가지 근원을 나타내는 삼재(三才)는 나에 중심을 둔 인(人), 나 이외의 모든 존재로서의 너인 지(地), 나와 너 모두를 포함하는 이 세상 모두를 일컫는 우리인 천(天)을 의미합니다. 성경의 삼위일체도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성령, 그 성령과 하느님의 가르침을 연결하는 성자, 이 세상을 주재하시는 하느님인 성부를 말합니다. 성경에 말하는 소망, 믿음, 사랑도 내가 먼저 행복한 길로 갈 것을 소망하고, 너의 도움이 있기에 그 길을 함께 갈 수 있음을 믿으며, 우리 모두가 이기심 없이 완전한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천국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행동지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존재를 지탱하게 하는 삼보(三寶)도 수행을 하는 당사자인 승(僧), 올바른 수행의 길로 인도하기 위한 세상의 이치를 일컫는 법(法), 그 법에 따라 수행함으로써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불(佛)로서 나, 너, 우리 세 가지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종교나 철학 등에서 제시하는 주요 사상들이 세 가지로 함축되어 설명되는 이유는 이 세상이 나, 너, 우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며, 그렇게 세 가지로 함축되어 전달될 때 그 사상이나 지침이 잊히지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뇌리에 남아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pert judgement는 주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을 말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골프 선수도 주기적으로 주위의 코치로부터 자세 교정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코치가 자신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세를 객관적으로 보고서 자세의 틀어짐을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타성에 젖어 살다 보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마련입니다. 기타를 칠 때도 항상 튜닝을 하고서 연주를 시작합니다. 사람이나 악기나 주기적인 튜닝이 필요한 이유는 일과 연주를 제대로 하기 위함입니다. 자기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나 유사한 경험을 먼저 해본 선임자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멘토(mentor)를 정해서 주기적으로 멘토링을 받은 것도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누구나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주위 전문가들의 한마디는 자신이 보지 못하고 놓치는 시야 밖의 부분을 알아차리게 해 줍니다. 그러므로 주위 전문가들의 도움 어린 한마디를 잔소리도 듣기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쓴 약으로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을 갖추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협업(R&R) 생태계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많아집니다. 다양한 많은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으로 무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시간이 많아도 혼자서 스마트폰과 같이 복잡한 작품을 창출해 낼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 역량을 갖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는 협업이 필요합니다.

한국사회는 다양한 일을 혼자서 처리해 낼 수 있는 멀티태스커(multitasker)를 요구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일을 제대로 해낼 줄 아는 전문가(expert)를 원합니다. 조직 내의 개개인을 비교해 보면, 하나의 일만 할 줄 아는 선진국의 전문가들보다 다양한 일을 스스로 처리해 내는 한국인들이 훨씬 더 뛰어난 듯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덜 뛰어난 듯 보이는 외국인들은 함께 모아두면 일정한 기간이 지났을 때 가시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지만, 이에 반해 우리는 우수한 박사들을 모아두더라도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선진국에서는 서로 다른 주특기를 보유한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함께 각자의 주특기들을 발휘할 수 있게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역량을 가진 팔방미인들을 한 데 모아두다 보니 서로가 너무도 잘난 나머지 의견충돌이 잦고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재능을 갖춘 배우라 하더라도 혼자서 연극을 할 순 없습니다.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는 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주어지게 됩니다.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감독이 요구하는 장면을 연기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만 감독의 주문에 즉각 반응할 수 있습니다. 즉, 각각의 배우들이 주어진 역할(role)에 맞는 롤 플레이로 연기를 할 수 있는 반응역량(responsibility)을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연극 작품을 공연할 수 있게 됩니다.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역할을 맡은 전문가들이 각자 자신들의 반응역량을 조화롭게 한 데 모을 수 있을 때 성공적인 작품을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Responsibility를 주어진 role에 대한 무거운 책임으로만 해석한다면 R&R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Responsibility를 ‘책임’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반응(response) 역량(ability)’의 관점으로 바꿔 해석할 때, 비로소 조직 구성원들마다 각자의 역량에 합당하고 적절한 역할이 주어져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게 됩니다. 그래서 R&R을 피상적으로 ‘역할과 책임’으로 보기보다는 ‘역할분담’이나 ‘협업’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합 경영(Integration Management)


프로젝트를 통합 지휘하기 위해서 프로젝트의 구성과 경영의 의미를 파악한 후, 프로젝트 경영의 기반으로서 필수불가결한 OPA와 EEF의 개념을 간파했다면,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시스템적 관점에서 통합 경영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합 경영의 핵심 툴은 프로젝트 차터(project charter)입니다. 프로젝트 차터에는 해당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이유인 미션과 최종적으로 창출하고자 하는 산출물인 비전, 그리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의 골자(frame)가 포함되며, 추가로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매니지먼트하기 위해 함께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인 ground rules를 덧붙이면 더욱 좋습니다.



통합 경영 프로세스

프로젝트 통합 경영은 다음과 같이 개시(initiating), 계획(planning), 수행(executing), 관리(controlling), 종결(closing) 프로세스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① 개시 프로세스에서는 해당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이유, 즉 바빠져야 할 이유로서 비즈니스 케이스(business case)를 도출하여 프로젝트의 비전과 철학(V/P, vision & philosophy)이 명문화된 프로젝트 차터(project charter)를 작성합니다.

② 계획 프로세스에서는 프로젝트 차터를 기초로 프로젝트를 통하여 창출할 세부 산출물들과 해당 산출물을 완성하기 위한 활동들을 규명하여 실행 계획( action plan)을 수립합니다.

③ 수행 프로세스에서는 실행 계획을 기준(baseline)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요구되는 세부 산출물들을 만들어나갑니다.

④ 관리 프로세스에서는 수행과정에서 계획 대비 실제(plan vs. actual)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필요에 따라 계획 대비 실제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 계획을 쫓아가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계획을 변경하거나 수정함으로써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운행될 수 있게 합니다.

⑤ 종결 프로세스에서는 프로젝트의 세부 단계를 종결한 후 다음 단계로 계속 진행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최종 단계에서 마무리함으로써 프로젝트를 종결합니다. 끝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통하여 경험한 lessons-learned를 정리하여, 다음 유사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조직 내의 지적 자산으로 기록을 남겨 활용하게 함으로써 프로젝트를 최종 마무리합니다.



PM 성공 시스템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성공적인 체계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스템이란 태양계(solar system)나 시계와 같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체계를 말합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1년 365일을 돌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변함없이 가져다주고, 시계는 24시간 60분 60초를 시시각각 알려줍니다. 즉 시스템이란 구성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연결되어 각각이 해야 할 일을 자동적으로 하게끔 맞추어놓은 체계를 말합니다. 만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계획, 수행, 관리될 수 있는 프로세스로 설계되어 돌아간다면 성공적인 작품은 자동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연계(natural system)를 들여다보면 씨앗이 심어져 싹이 나고, 그 싹이 나무로 자라 그 나무에서 또 다른 씨앗들이 생겨나 자라기를 반복함으로써 결국 무성한 숲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어떤 일이든 모든 것은 먼저 씨앗을 심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러나 씨앗을 심은 후 발아되어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숲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씨앗에서 출발하여 개체의 나무들이 자라 결국 숲을 이루듯이, 프로젝트라는 씨앗을 심어 자란 작은 성과들이 모여 결국 성공적인 거대한 결과물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자연계를 닮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성공을 가져다주는 메커니즘(mechanism)을 알 수 있고 그 메커니즘에 따라 노력을 기한다면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일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면 먼저 열망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 열망이 마음에 착상되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계속 생각하면 행동이 유발됩니다.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의도치 않아도 저절로 수행이 되는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그런 습관들이 여럿 만들어져 쌓이게 되면 하나의 성품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그러한 성품에 따라 그 운명은 결정됩니다. 즉 성공적인 작품을 운명적으로 만나기 위한 핵심은 성공적인 습관을 쌓는 것에 있습니다. 습관의 습(習) 자는 새가 날개(羽) 짓을 수백(百) 번 하다 보면 저절로 날게 되는 경지에 이름을 뜻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그 일이 몸에 배어 습관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은 긍정의 말과 행동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긍정의 자세가 반복되면 긍정적 습관이 만들어져 결국 성공이 뒤따라올 수 있지만, 과연 할 수 있을까 혹은 해도 안 될 거야라며 의심하는 부정적 생각을 반복하게 되면 부정의 말과 행동이 뒤따르게 되어 부정적 습관이 몸에 배게 되므로 결국 패배가 뒤따라오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성공적인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습관은 거대한 중력을 갖고 있습니다. 몸 깊숙이 밴 습관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의지력과 생활상의 큰 변화가 요구됩니다.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살면 결과도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나오게 됩니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하던 방식에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습관은 지식과 기술 그리고 욕구의 곱으로 구성됩니다. 지식, 기술, 욕구 중 어느 것 하나라도 0이 되면 습관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피아노로 아름다운 선율을 그려내는 연주를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악보를 보고서 음의 이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악보대로 피아노 건반을 칠 수 있는 기술을 닦아야 합니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터득했더라도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는 욕구가 없으면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순 없습니다. 이와 같이 지식과 기술 그리고 욕구의 3박자가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성공 습관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완성에 필요한 에너지와 환경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세상 어떤 것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 모든 일은 본인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 그리고 그 두 에너지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힘으로 이루어집니다. 본인의 노력은 일의 범위(Scope),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Time)과 비용(Cost), 일의 수준인 퀄리티(Quality), 그리고 일의 범위, 시간, 비용, 퀄리티가 예상대로 되지 않고 어긋날 때 이를 조정(tuning)해나가는 리스크(Risk)와 관련된 에너지입니다. 주위의 도움은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데 투입되는 인적자원(Human Resource), 해당 일들에 관심을 가지며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 해당 일을 함에 있어 내부로부터 조달하기보다는 외부전문가로부터 아웃소싱을 통하여 조달받음으로써 일을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외부 조달(Procurement), 그리고 인적자원, 이해관계자, 외부조달로부터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날 때 이를 원활하게 조정(tuning)해나가는 의사소통(Communication)과 관련된 에너지입니다. 본인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을 하나로 뭉쳐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일을 지휘해 나가는 통합(Integration) 에너지 또한 필요합니다. 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척박하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실이 제대로 나오게 하려면 공급되는 에너지가 원활하게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환경을 동시에 마련하는 데 또한 힘을 써야 합니다. 서로가 알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 및 경험치를 함께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OPA(organizational process assets) 환경과 각자의 역량을 중첩하여 협업함으로써 시너지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EEF(enterprise environmental factors) 환경이 마련된다면 그 위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통합되어 성과 창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도표화(mapping) 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전체 구성은 프로젝트 통합 지휘, 본인의 노력, 주위의 도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구성 부분을 PM 지식체계 영역으로 세분화하면 프로젝트 통합 지휘 파트는 PM 시스템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통합 경영(Integration Management), 경험과 지식을 축적 공유하는 OPA(Organizational Process Assets), 성공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EEF(Enterprise Environmental Factors)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본인의 노력 파트는 성과를 명확히 해서 일을 처리해 나가는 범위 경영(Scope Management),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간 경영(Time Management),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비용 경영(Cost Management),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퀄리티 경영(Quality Management), 리스크를 거부하지 않고 적극 활용하기 위한 리스크 경영(Risk Management)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위의 도움 파트는 팀워크가 가능하게 하기 위한 인적자원 경영(Human Resource Management), 이해관계자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해관계자 경영(Stakeholder Management),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아웃소싱하기 위한 조달 경영(Procurement Management), 고집불통이 되지 않기 위한 의사소통 경영(Communication Management)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적 PM 시스템과 환경이 조성되었다 하더라도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중구난방으로 좌충우돌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진력과 모든 구성원들을 하나로 뭉치는 통솔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방향 설정은 선택의 이슈이며, 추진력과 통솔력은 선택한 방향으로 가는 이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더십이 프로젝트 매니저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십은 프로젝트 책임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젝트의 모든 수행 구성원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에 대하여 주인의식(ownership)을 가지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인의식이 있으면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발휘됩니다. 모두가 객이 아닌 주인이 되어 함께 의기투합하여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성공적인 작품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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