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2주기가 다가옵니다.
지난 8월부터 뛰엄 뛰엄 당신과 지승호씨의 인터뷰집을 읽었습니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당신의 이야기는 마치 살아서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당신이 무척 부끄러워하던 신발광고에서였습니다.
당시 사촌언니가 당신의 팬이었는데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그녀가 왜 그리 당신에게 열광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5학년 때 우리집에서 열린 제 생일파티날 친구들은 춤을 추겠다며 음악을 틀어달라고했습니다. 저희집엔 동요,캐롤,가곡, 트로트 테이프만 잔뜩 있어어서 친구들이 실망하며 말했습니다.
"신해철꺼 하나 사"
하지만꿋꿋하게 버티며 저는 당신의 앨범을 한장도 산적이 없습니다. 다만 <인형의 기사>와
<날아라 병아리>가 너무 좋아서 테이프에 녹음해서 반복재생하며 들었죠. 나중엔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요.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어 연합고사를 준비할때 저는 당신의 라디오를 들으며 새벽을 버텼습니다.당신이 무어라 하는지 열심히 듣지는 않았지만 밤에 듣는 당신의 목소리는 희안하게도 집중력을 높여 주어서 당시 쓸데없이 고득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친구 녀석을 하나 만났는데 녀석은 넥스트를 좋아했습니다. 노래방에 가면< 라젠카- 세이버스>를 외치는 녀석을 따라 저도 괴성을 질렀죠.
저는 락 매니아는 아니어서 당신의 발라드를 좋아했습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일상으로의 초대>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리고 더 훗날 대학시절엔 당신의 추종자인 남사친도 생겼는데 그 친구덕에 <민물장어의 꿈>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고 갑작스런 당신의 부고를 듣게 되었습니다. 망연자실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난 당신의 앨범한장 가진 적 없는 팬도 아닌 일개 청자였음에도 당신의 존재가 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추모 방송을 보며 울었고 당신이 남긴 마지막 예능 프로들을 부러 찾아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미친 사람같은 일주일을 보낸 후에야 겨우 당신의 죽음을 인정했습니다. 아니 인정하는 척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책을 읽는 순간만은 당신이 살아있는 듯했습니다. 당신의 가족, 음악, 친구에 대한 이야기, 정치, 사회 제도에 대한 생각들...
재미있게 읽다가 다음과 같은 꼭지를 읽고 마음이 쿵 내려 앉았습니다.
*지승호: <비트켄슈타인>음반에 수록된 '프렌즈'란 곡에 "누구는 벌써 아깝게 삶을 접었대"라는 노랫말이 나오는데 실제 그런 분을 생각하시면서 만든 이야기인가요?
*신해철: 어릴 때 골목길에서 놀던 삼인조가 있었는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 둘이 죽었어요. 그것도 둘이 똑같은 죽음을 맞이했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차에 불이 붙었고, 차안에서 둘 다 타 죽었어요. 전 그게 참 신기해요. 황당하기도 하고, 내가 걔네들이랑 더 이상 얘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도 그렇고요.
지금의 우리도 그렇다는 걸 당시은 아십니까?
당신을 잃어 아직도 황당하고 더 이상 당신의 이야기와 음악을 들을 수 없어서 슬프다는 걸...
당신은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