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 한 일요일 &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음

by 임쓸모
P109
"이런 생각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세. 모두들 죽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기가 죽는다고 믿는 사람은 없어."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나는 더 늙을 것이고 종내는 죽을 것이라는... 하지만 웬일인지 무섭지 않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없음으로써 겪게 될 가족들의 불편함은 떠오르는데 정작 나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 이 가지 않는다. 죽으면 그냥 끝일 것 같아서 기분 따위 뭐 중요하랴 싶지만...


P110
"하지만 죽음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접근해보자고.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둘 수 있네. 그게 더 나아.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죽을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
"불교도들이 하는 것처럼 하게. 매일 어깨 위에 작은 새를 올려놓는 거야. 그리곤 새에게 '오늘이 그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다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나?'라고 묻지."

작년에 까뮈의 <이방인>을 해석하는 조현행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조현행 선생의 아는 교수님은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고 큰소리로 3번 이렇게 외친다고 한다.

"나는 오늘 죽는다!"

이러한 마음 가짐으로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보람찬 하루라는 것은 각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자기 안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하루하루 채워나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방인>의 주인공은 초반 어머니의 죽음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삶의 생로병사에 무심한 남자다. 그러나 어떠한 연유로 살인을 하고 사형선고를 받으며 삶에 대한 무한한 애착을 갖게 된다. 모리 교수의 작은 새는 이방인에서는 간수의 발자국 소리로 치환된다. 간수의 발자국이 자신의 감방 문에서 멈추지 않고 지나가면 그 하루는 온전히 그의 것으로 남아 주인공에게 남은 하루하루는 특별하게 여겨진다.



P113
"다들 잠든 채 걸어 다니는 것처럼 사니까. 우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지. 왜냐면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면서 반쯤 졸면서 살고 있으니까."
...중략...
"어떻게 죽어야 좋을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우게 되니까."

반복되는 일상은 그러한 내가 가진 삶의 중요한 어떠한 것을 자꾸만 지워나간다. 시지프스의 돌덩이처럼. 이유를 잊은 채 미는 돌덩이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모른 채 지나온 오늘 하루치의 내 삶과 같다. 다시 돌덩이를 밀어 올리기 전, 잠시 멈추고 내 어깨 위의 새에게 물어야 한다.


"오늘이니?"


P114
"미치, 나도 '영혼을 개발하는 것'이 진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면으로 참 부족하다는 점은 잘 알지. 우린 물질적인 것에 지나치게 관계되어 있으면서도, 거기서조차 만족을 얻지 못하네. 사랑하는 관계, 우리를 둘러싼 우주... 우린 그런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구..."
...중략...
"내 시간이 거의 끝났음을 알기에 , 처음으로 자연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에 마음이 끌린다네."

주어진 하루는 그 날이 그 날 같겠지만 전혀 같지 않다. 우리의 시간은 매시간, 분초마다 달라지고 있으므로 같은 점은 없다. 그러므로 하루하루를 다르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죽기 전까지 나의 시간이 다채롭기를 바란다. 그렇게 만들어 나갈 내 안의 에너지를 깨워 나가야한다.



+앞에 언급한 <이방인>을 연결책으로 선정할까 했다. 사실 이 챕터를 고스란히 설명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거야!>라는 책을 연결책으로 선정한 이유는 더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이다. (사실 이방인이 내포하고 있던 뜻을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온전히 이해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실제 응급실 인턴이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시작하게 된 이 소설은 생사를 넘나드는 응급실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잘 그려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다니는 책 중에 하나이다. 죽음을 앞둔 자신의 엄마뻘인 여인이 하루하루 웃기 만들기 위해 이 의사는 펜을 들었다. 시작은 그러했으나 마지막엔 삶과 죽음의 경계란 얼마나 모호한 것인지, 우주적인 시점에서 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스쳐 지나가는 먼지보다 작은 존재이며, 그럼에도 그 안에서도 부단히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애처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죽기 전까지 하루에 한 번은 웃을 일을 만들 것, 항상 새로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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