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집 놀이
가족과 결혼
P.123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라네....(중략).... 가족이 거기서 나를 지켜봐 주고 있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정신적인 안정감'이지. 가족 말고는 그 무엇도 그걸 줄 순 없어. 돈도. 명예도."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한다. 그런데 이 나이 많은 노교수의 많은 이야기들 중 현재 시점에서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가족과 결혼 챕터이다.
책이 쓰인 시점과 모리 교수의 당시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현대인의 가족관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이를 테면 이런 부분이다.
P.125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야 되느냐 낳지 말아야 되느냐 물을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하라곤 말하지 않네.
'자식을 갖는 경험은 다시없지요.'라고 간단하게 말해. 정말 그래.... 중략...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모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잘 알겠지만, 이 부분은 자칫 비혼주의자나 결혼을 했어도 아이가 없는(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를 가지지 않거나 혹은 원해도 아이를 가지기 힘든) 부부에게 이해받지 못할 소지가 있다.
물론, 나는 아이가 있음으로 해서 내가 해야 하는 희생들이 있더라도 그것이 내게 미치는 좋은 영향력(부모는 자녀 양육을 통해 많은 내적 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이 크기 때문에 모리 교수의 말에 동의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함부로 평가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모리 교수가 말하는 가장 깊이 엮이는 관계가 꼭 바른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가족이야 각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틀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겠지만(다시 말하지만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원가족이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P.190
"난 자네 세대가 안쓰럽네. 이런 문화에서는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관계에 빠지기란 참 힘들지. 왜냐면 문화가 우리에게 그런 걸 주지 않으니까. 요즘 가여운 젊은이들은 너무 이기적이어서 진심으로 사랑하지 모하든가, 아니면 성급하게 결혼하고는 대여섯 달 후에 이혼을 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히레. 그들은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몰라. 자기가 진정 누구인지 몰라. 그러니 결혼하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나?"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그 바탕부터가 남녀를 불문하고 희생을 요구한다. 애초에 결혼은 기본적으로 인간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커플의 탄생은 마을 잔치를 하며 축하할 일이었다.) 각 문화권에 맞는 결혼제도가 생겨나고 그 제도에 개인이 맞춰 나가야 했다.
그러나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결혼 또한 개인화되었다. 동성결혼을 하든 결혼을 해도 아이를 생산하든 말든 개인의 영역이 되면서 결혼이 가진 결속력이 좀 더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리 교수의 말처럼 단순히 젊은이들이 개인화되고 이기적 이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교육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상대를 모른다'는 사실을 성찰하게 되었기 때문에 비롯된 현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와 맞는지 성찰하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이 유예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사회에서 결혼제도가 여성의 희생을 좀 더 강요한 면이 있다. 물론, 남성에게도 경제적 책임감과 성실함을 강요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성도 사회진출을 하여 비슷한 책임도 지게 되고 기존의 여성이 감수했던 가사노동도 하나의 노동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균형점이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세대 간, 성별 간의 인식 차이는 아직 크고 점점 더 그 간극이 커지고 있어 이 또한 유예의 한 원인이 된다.
P.191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진실이라고 할 만한 규칙은 있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그들 사이에 닥칠지도 모른다. 타협하는 방법을 모르면 문제가 커진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가 서로 다르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두 사람의 가치관이 비슷해야 하네."
이렇게 결혼과 출산을 유예하는 가운데 현대인들은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실험하기도 한다. 유사가족이나 셰어하우스의 개념들이 그런 것이다. 기존의 가족 형태이든 새로운 가족의 형태이든 모리 교수가 말하는 '규칙'에는 유효한 점들이 있다. 함께 사는 인간들끼리의 존중, 타협, 가치관의 일치 등이 그것이다. 기존의 가족 형태라 하더라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태도를 가진다면 점점 더 결혼 생활의 유지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챕터를 정리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일단 모리 교수의 가르침 중에 거의 유일하게 반박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모리 교수가 하고자 하는 본의를 이해 못한 바는 아니지만 변화되는 세태라는 것과는 조금 맞지 않거나 오해가 될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생각을 전개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큰 줄기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봐주는 든든한 지지자가 필요하고(그것이 혈연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지지를 받기 위한 어떠한 형태의 교류가 있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여전히 타협과 희생(일방적인 것이 아닌)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 이번 챕터에서 가족의 다양화된 모습을 표현한 동화책을 고를까 하다가 마지막에 고른 책이 김진애 교수(지금은 의원님)의 <집 놀이>였다. 궁극적으로 나는 이미 가정을 꾸렸고 이 가정을 균형 있게 지켜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김진애 교수는 "집"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결혼으로 만난 여성과 남성의 놀이터로 바라보았다. 명쾌하면서도 그 옛날의 가부장제도와 투쟁해나간 기록도 함께 있다. 남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
+내가 여자이다 보니 여성의 관점에서 결혼,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남성들의 입장을 아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요즘 남성들의 입장에서 결혼과 가족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도 개인적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