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로스의 <에브리맨>을 읽었다. 정영목 번역가의 인터뷰기사를 읽고 필립로스 궁금하기도 했고 가끔 하루키가 언급했던 걸로 기억 되는 작가라서 기대도 되었다.
그의 소설은 남성적이고 하드보일드할것 이라는 어림이 있었는데 남성적인 문체는 맞았지만 이야기의 성격상 하드보일드한 내용은 아니었다.
대공황 직후 보석상의 아들로 태어난 한 남자의 인생을 노년의 상태인 그가 직접 회고하는 형식의 소설인데 (요약하면 '남자의 일생'쯤 되겠지만) 그 사이 사이 삶과 죽음을 통찰하는 문장이 곱씹을만한 책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아빠를 떠올렸다. 남자 주인공처럼 여성편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식들과 아내에게 친절하지 못 했고 때로는 철부지같았던 남자.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낸 남자. 현재는 고혈압약을 상시 복약해야하고 폐에 작은 종양을 발견해서 그것이 악성인지 양성인지 3개월마다 대학병원에 가서 확인해야하는 남자.
소설의 주인공 딸 낸시처럼 살가운 딸은 못 되는 나지만 그의 병원 방문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그 앞에서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하는 내 모습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였다.
더 멀리는 나에게도 닥쳐올 죽음의 이야기. 주인공 남자를 두렵게한 밤바다의 무수한 별은 무수한 삶과 연결된 죽음의 수 이기도 하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구글의 위성지도를 보며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 지구 위의 땅덩어리가 너무나 작아보이는데 그 안에 깨알같은 건물의 지붕이,그 안에 더 작은 인간들이 숨쉬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어쩐지 징그럽게 여겨졌다.
모두들 에브리맨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하나 하나가 다이아몬드의 불멸이 제것인냥 아무렇지않게 살고 있다. 루페를 끼고 바라보면 그 빛깔은 조금씩 달라서 같은 게 하나도 없다.
나도. 당신도. 에브리맨하게 다른 빛깔로 살고 있다.
죽음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