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다가 02

김치버터라면

by 임쓸모

나는 원래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배가 고프면 아무곳에서나 아무것이나 먹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신랑을 만나면서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맛있는 식당을찾아다니는 신랑을 쫓아다니는 거지만...


내가 다시 가보고 싶은 식당은 신랑을 만나기전인 대학시절 한 라면집이다.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는데 내가 신랑에게 추천해도 좋을 나만의 맛집을 생각해보니 거기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 이미 없어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대학 1학년 친한 친구는 여섯. 나를 포함해 일곱인 우리는 S.P...

그렇다. 부끄럽지만 Seven princess의 약자다. ㅡ.ㅡ;;


학교식당은 돈까스 아니면 우동밖에 없는 부실한 메뉴만을 내놓고 있었기에 우리는 대부분 나가서 밥을 사먹었다. 하지만 빤한 용돈이니 비싼 걸 먹었을리는 만무하고 주로 떡볶이와 라면이 주식이었다. 지금은 방송을 타 유명해진 먹쉬돈나를 우리는 지나다니기만 했고 그옆 선희네를 주로 이용하였다. 깻잎이 잔뜩 들어가 특색이 있었던 곳. 대부분은 셀프로 진행되었던 선희네 떡볶이집은 우리 학교에 매학기 장학금까지 쾌척해주었던 곳이다.

그리고 수 많은 라면집들. 수요가 많아 오죽하면 학교 근처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점심시간에 라면을 팔았다.


그중에서도 내가 다시 가고 싶은 그 라면집은 학교정문을 나서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간판도 없는 낡은 기와집 라면집이다.

일반 가정집인 이 집은 점심 장사만 했고 살림집이 곧 홀이었기때문에 모든 세간살이를 다 볼 수 있었다.

메뉴는 단 하나. 기와집과 어울리지 않게 <김치 버터라면>이었다.( -신랑에게 말하니 듣기만해도 느끼하단다.) 당시 평균 라면값보다 500원이나 비싸고 조금만 늦어도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꽤 자주 그곳에 갔다. 일단 주문을 하면 뚝배기(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에 라면이 담겨 나오는데 색깔은 아주 씻뻘껀 기름이 둥둥 떠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어올려 한입 넣으면 버터의 고소함과 적당히 익은 신김치의 향이 함께 느껴지면서 약간은 퍼진것같은 라면발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그리고 아삭하게 씹히는 김치와 얼큰한 짬뽕을 닮은 국물이 중독적이었다.마지막 먹을 때까지 뜻뜻했던 거 보면 그릇은 역시 뚝배기가 맞지 싶다.


이젠 그자리에 3층짜리 빌라가 들어서서 흔적도 없지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우리 신랑 데리고 꼭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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