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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Mar 08. 2017

<석기시대의 그림여행> 다시,호주 #01_익숙한 무관심

달링하버_너무 일상적이어서 너무 무관심했던

시드니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10년 전에 비해 비행기 값은 저렴해졌다


호주에 도착하자

반가운 횡단보도 알림음이 반겨준다.


10년 전에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었다

배짱 좋게, 일단 가서 숙소든 일자리든 해결하 보자며 떠났지만

막상 도착한 호주 시드니 공항에서는 막막한 것이 정상이었다


객기로만 가득 찼음을 깨닫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던 것이다


공항을 나와 잠시 머물며

그때의 내 모습을 잠시 떠올리며 입꼬리 한쪽이 슬며시 올라갔다


이불킥 할 정도는 아니고, 찰까 말까 하는 정도의 민망함이랄까


공항을 나오자

살갗을 찌르는 듯한 호주의 강렬한 햇살에 신고식을 한다


주섬주섬 어울리지도 않고 아직도 어색한 선글라스를 귀에 걸고

약속했던 픽업차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시티로 향하는 동안의 거리는

내가 보았던 호주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참으로 낯설었다


생각해보니, 10년 전에 내가 공항에서 시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많이 긴장했나 보다

지금에서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건물이며 사람들을 구경할 여유가 생겼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대충 내려놓고

시간이 흐름이 아쉬워

그리고 호주에 왔음을 한시라도 빨리 느끼고 싶어

밖을 나섰다

달링하버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시드니 시티의 전경

숙소 바로 앞은 달링하버...

10년 전에 머물던 숙소가 이 주변의 아파트 들이었기에 가장 많이 다녔던 곳이다

한적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와

누가 먼저 말 걸어주지도 않기에, 조용히 산책하기 좋았던

그래서 20대 중반의 시시콜콜한 고민과 절망들을 가득 머릿속에 들쳐 메고

멍하니 걸어 다녔던 그리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해우소와 같은 곳이다

그래도 10년의 세월이 흘러서인지

주변 곳곳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새 건물들이 들어와 있었고, 공원은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계속 공사 중인걸 보니, 아직 변화해야 할 공간이 남아 있다보다



달링하버는 역시

야경이 낭만 있다.


반갑게도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낯익은 이들이 꽤나 있었다

10년 전의 그 멘트와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 말주변과 여유는 는 듯하고, 걸맞게 관객 또한 많았다

변한 건, 그때의 에너지가 연륜으로 조금 더 흘러간 듯

넉살스러운 웃음과 웃음 자국이 만들어낸 약간의 주름이었다


사람들은 역시 밤에 더 많이 몰려든다

호주 현지인 보다도 관광객들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 각국의 언어들이 들리고

그중에 중국어와 한국어가 제일 많이 들리는 듯하다



지금 바라보는 이 풍경

10년 전 이 자리에 앉아서

사진과 같은 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를

참 많이 했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내 상황이 참 안 좋다...


여느 20대 청년이 고민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에 대한 불만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


결론도 나지 않고,

평생 이어질 고민인 줄

그때는 모르고


답을 찾아내려고 발버둥 치듯

철저히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라보았던 풍경을

10년 뒤의 내가 바라보면서...


그때의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어두운 밤에 바라본 풍경을

잘 보이지도 않은

희미한 야경 불빛을 빌어 그려둔다


201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나는 무사히

다시, 호주로 왔다


Darling Harbour 23/12/2016 STONE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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