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지비치_잠시 복잡함을 벗어나
시드니에 오면
아무래도 필수적으로 들르는 해변은
본다이 비치 또는
멘리 비치일 것이다...
다만
조금 한적한 해변을 찾고 싶었던 나는
숙소에서 함께 머문 친구의 추천으로
쿠지 비치를 가보기로 했다
(쿠지 비치 또한 유명하긴 하지만, 그래도
앞서 얘기한 두 해변에 비해서는
조금 한산하단다)
여느 해변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풍경이지만
실제로 백사장을 거닐다 보니
이 해변만의 남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조금 더 평온하고
조금 더 한산하달까
물놀이를 하는 이보다
테닝을 하는 이가 더 많은 건
비슷하지만,
기분 탓인지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사진처럼
잠시 정지해 있는 느낌
해변 옆
Dunningham Park를 향해본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일까
이곳에 남겨진 사고자의 넋을 기리는
곳을 지나며, 잠시나마 숙연해진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니,
Baths 관문을 지나니
진짜 Bath가 나타난다
자연이 만든 천연 욕조다
물은 잔잔하고
흡사 온천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조용히 해수욕을 즐기는
비밀의 장소 같아 더욱 매력적이다
다시 공원 산책로를 따라 올라와 전망이 좋은
넓은 잔디밭에 앉아
다시, 해변을 바라본다
그리고 연필로 장난치듯
무심하게 슬슬 그 풍경을 담아본다
이 시간이 참 좋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시간...
잡념은 사라지고
가끔씩 무릎을 간지럽히는
개미 몇 마리의 장난질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여유마저 갖게 된다
그저 해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길지 않은 시간을 그림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치 해변을 품은 듯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
난 강원도 양양에 살고 있다
바다와 가까이 살고 있고
수없이 바다를 보았기에,
어쩌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너무 대충 바라보았던 건 아닌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냥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쿠지 비치를 노트 한편에 담고
우리 동네를 한번 더 떠올린다
가까이 있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더
사랑해야 함을
함께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