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St Mary's Cathedral
하이드파크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세인트 메리 대성당
미안하리만큼
가장 흔하게 지나친 곳이다
세인트 메리 대성당의
웅장한 규모에 압도되어
우선 놀라고
가까이서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가 본다
역시 처음으로...
성당의 내부에 들어서자
공기의 무게가 다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누가 조용히 하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숙연해진다
대성당을 구성하는
내외부의 모든 요소들은
마치 하나하나의 혼이 담긴
조각품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이루어진
섬세한 조각품의 합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섬뜩해진다
마치 수백수천 명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얽혀
나를 내려다보는 것만 같았다
옷은 입었고
아무도 나를 보는 이가 없지만
이상하게
발가벗겨진 듯 창피한 기분이 든다
대성당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발가벗겨진 내 민낯을
거짓 없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다 보니
정작, 나조차도 나를 솔직히
바라보는 것을 잊고 살았을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세인트 메리 대성당을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저 바라보게 된 것도
어쩌면,
이제는 누구보다
내가 나에게 솔직해지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기 위해서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