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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Apr 26. 2017

[김PD의 관광두레 이야기] #01_벼랑끝에서의 만남

관광두레사업을 만나다

2016 연말,
이제 귀촌 한지 2년 차가 되는 시점에
길수도 짧을 수도 있을 지난 2년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서울 직장살이 하면서 나름 쌓였던 전문성이
생각보다 우리 동네에 쓰일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 동네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숨은 명소들, 숨은 음식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 수많은 것들의 가치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보아왔다고 생각했던 우리 동네가
전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마음은 급기야, 법수치계곡 트레킹을 통한
양양 공정여행을 기획하기에 이르렀고, 참가자분들의 호평에
보람을 느꼈고,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몇몇 매체들에서 취재를 했고,
신문, 책, 소식지, TV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이, 그리고 우리 동네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양양을 방문했던 지인 및 손님들이
해가 지나서 다시 방문해 주시기 시작했다.
제2의 고향으로 삼겠다며 말이다.

행복한데 왜 힘들지?


기분이 좋았고, 뿌듯했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밀려왔다.

"나는 떳떳하게 양양이라 할 수 있는가?"

양양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생활을 한 기간은 극히 짧기에
아직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에
더 공부하고 더 많이 돌아다니고 경험함으로써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2년이 훌쩍 흘렀다.

지난 2년의 시간은 거짓말처럼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경제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걱정은 했었지만,
역시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니
행복의 순간도 불안함으로 바뀌어갔다.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하면서,
소정의 숙박비나 식비 정도를 받기는 했지만,
그것이 수입을 위한 사업의 용도는 아니었다.
그저, 기본적인 운영에 필요한 비용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생활을 유지해야 하기에,
양양군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반대로
나의 나이와 이력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나의 직장 이력은 가산점이 되지 못했고,
나의 나이 또한, 젊은 사람이 왜 이일을 하려 하냐며
불안해하시는 눈치였다.

일종의 역차별이었다.


수없이 내 안에서 갈등이 일어났다.

그래도 꿈을 위해서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꿈을 위해서, 잠시 꿈을 접어야 하는가?


주위에서도
내가 하는 일들을 응원하면서도 동시에
항상 걱정의 이야기는 같았다.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할 것 아니야"
"의지가 꺾이지 않으려면 그래도 좀 돈이 있어야.."
"아니... 그 정도도 안 모아놨어?"
.
.
.
열정이 가득할 때는,
"일단 돈 생각 안 하고 해보고 싶은 거 해보겠다며
호기를 부렸으나,

뿌리가 약해져가는 시점이었기에,
나의 의지를 송두리째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3년은 버텨보 자라며 맘을 다잡았다.
미련하고 무식하지만,
희미하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버텨보고 싶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 채
그냥 2년을 날려버린 꼴이 모른 채
더 두려웠다.

이렇듯 2016년의 연말은
내 안의 갈등이 극대화되던 시기였다.

다시 비워 냄



'하... 그래.. 지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나마 조금 모아두었던 적금을
몽땅 해지해버렸다.

통장의 잔고는 다시
깔끔하게 '0'원이 되었다.

답답한 마음과 복잡한 머리를
그대로 들쳐매고,
호주로의 여행을 떠났다.

일단 모든 것을 다시 내려놓아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주간의 호주 여행을 떠났고,
그냥 맘 편히 아무 생각 않고, 비워 내가 고 있었다.

이거 지원 한번 해보세요!


여행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페이스북 친구분께서
내가 그동안 하는 일과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며,
관광 두레사업에 지원해 보지 않겠냐며
관광 두레사업에 대한 지원 링크를 전달 주신 것이다.


'관광 두레...? 이게 뭐지?'

개략적인 사업의 취지와 소개 내용만 보았을 때는
지금까지의 여타 사업과의 차별점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저 정부 차원의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의 일환이겠거니..

게다가 기존의 지역 관광 활성화 대해서는,
형식적인 지원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 관광이 퇴색되어 간다고
반감을 넘은 적대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정부 지원 사업... 은 참가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던지라,
선뜻, 지원을 해보고 싶은 맘이 생기지는 않았다.

'또, 실망하게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얼핏 보았던,
그 '두레'라는 단어가
희미하게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두레라는 용어를 붙였을까'
그리고, 다시 메시지에 전달된 링크를 클릭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관광 두레... 뭐지?'


-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

Special thanks to...
처음 관광 두레사업 정보를 알려주신 페친 윤영진 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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