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기시대 Jun 26. 2017

김 PD의 관광두레 이야기 #02_공동체의 가치

같이 하는 건 왜 힘들까?

"두레? 공동체? "


 귀촌 후,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우선 지역에서 일자리도 찾아보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소득원이 필요했고, 개인사업을 고민하게 되었다. 

 우선 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여행상품 기획/운영을 통한 수익이었다. 

 기존의 아웃도어 활동과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관광상품을 만들어 홍보하고 수익을 내보려 했다. 

하지만, 자본도 너무 부족했고 (직장 생활하면서 참 저축 안 하고 살았던 나레기를 다시금 질책했다 ㅠㅜ) 

내가 할 수 있는 기획, 마케팅 외에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수많은 역할에 대한 역량도 부족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결국 파트너십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파트너십이지, 구걸에 다름없는 행태였다. 사업이 잘 될리는 만무하였지만, 그 경험을 통해서 파트너십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는, 참 이상적으로 보이는 그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관광두레 사업을 알게 되고, 관광두레 PD를 선뜻 지원하게 된 것도, 바로 ‘두레’라고 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의 철학 때문이었다.


 관광두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두레의 가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함께하는 공동체의 가치'라는 것이 참 좋아 보이고 이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왜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걸까? 


참 좋은데, 왜 안될까?


 공동체를 통한 사업은 여러모로 좋아 보인다.


사업의 자금도 분담하기 때문에, 나의 자본금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수 있다. 일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여, 더욱 건실한 사업체를 꾸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좋은 공동체의 개념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것은 왜일까?


1.  일단 돈을 벌어야지!  (공동체 가치에 매몰)

 우선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너무 쉽게 간과한다. 바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다. 가치와 의미를 따지다 보면, 수익을 논하는 것을 마치 돈에 집착하는 속물처럼 보거나, 우선 공동체가 똘똘 뭉쳐 열심히 일하면 돈은 따라올 것이다 라며, 어설픈 파이팅을 외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착각이며, 무지의 증거이다. 수익을 낼 확실한 계획이 있어야, 그리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기회가 생길 것이다. 더 나아가,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을 대비한 대비책까지 마련해야 함에도, 가치에 매몰되어버리면, 잔혹한 결말마저 우매한 핑크빛 희망으로 덮어버릴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공동체의 가치보다는, 구성원 개인의 실리추구가 우선이 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가치, 공동체의 가치… 의미는 좋지만, 비즈니스의 가치는 수익창출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구성원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충족이 잘 되지 않기에, 공동체 지속성이 힘들다.

즉, 돈을 벌지 못하면, 가치는 말 그대로 ‘개뿔’ 일 뿐이다.


2.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 (신뢰에 대한 오해)

동업하면 영영 안 본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본인의 경험 또는 주변인의 사례를 보더라도, 동업해서 끝이 좋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체로 동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과 동업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의기투합하여 시작을 하다, 사업 중반에 이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더 고생하며 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고, 내가 이용당하고 손해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반의 신뢰가 아직 남아있기에,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았나...'하며, 참아간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사업이 주춤하고 기울어져가기 시작하면, 그동안 쌓였던 것이 폭발하게 된다. 참으면서 말 못 한, 그 사람의 불만이 곧 사업이 망한 요인이라고 믿는다. 결국 내가 잘못한 것은 없고, 네가 잘못한 것만 있다. (내 잘못도 일부 있다고 말할지라도, 결국 결정적인 요인은 남에게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동업자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직접적인 대화가 아닌 텔레파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우리나라 인간관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동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의 친분의 신뢰가 아닌, 사업에 대한 철저한 파트너십이어야 한다. 사업에 대해서 서로의 역할과 책임의 소지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서류로써 명확할수록 동업자 간의 신뢰가 높은 것이다.

 처음엔 다소 껄끄럽고 불편해서 대화를 회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다가 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그런 이야기들을 해오지 않았기에, 낯설고 어색할 뿐이다. 많이 대화하고 많이 논쟁해야 한다.

흔히 얘기하는 같이의 가치는 다양함의 가치들이 인정되고 존중되어갈 때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공동체 구성원의 결속력은, 기존의 신뢰가 얼마나 두텁냐가 아니라,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고 있느냐가 결정지을 것이다.


3.    어디로 가야 하죠? (방향성 없는 공동체)

너무도 당연해서, 너무나 쉽게 망각하는 것이 ‘비전’ 일 것이다.

그저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목표였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난 뒤, 깨달을 것이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난 직장생활을 지속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속해야 할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금 ‘비전’이라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가치임을 알게 되었다.


비전에 대해서 간과한다.

지금 당장 돈이 벌리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기업철학이네 하며 홈페이지 앞부분에 대표자 사진이랑 함께 그럴싸하게 적어 놓으면 되는 정도의 것이라 치부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누구나 어리석다고 알고 있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을 우리는 왜 인식하지 못할까?

거위의 배를 갈라놓고도, 우리는 왜 황금알이 계속 나오지 않는지 

남 탓을 하거나 사업 아이템을 운운하며, 뱃속을 뒤지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를 돌아보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니,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비전을 망각한 사업은 목적지가 없이 우왕좌왕하다 보니,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의 원인을 알지 못하니, 해결방법도 찾지 못한다.

운이 좋게, 급조한 처방전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무당을 불러다가 사람 잡는 꼴의 해결책을

위험하게 따를 수 있다.


반대로 비전이 있다면, 즉 목적지가 있다면. 수단과 목적을 구분 지을 수 있다. 현재 사업방향에 맞지 않는 원인을 찾아내어 제거하거나 교체하거나 변형하여, 다시금 원 궤도에 올라탈 수 있게 된다.


결국, 비전이란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철학이며, 공동체가 함께 지속하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 된다.


두레의 가치를 알아야


관광두레 PD를 하면서,

사업체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고민하겠지만, 그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지가 더 큰 과제로 다가온다.

 

주민과 주민 사업체를 만나 상담을 하면서, 그리고 선발될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가면서 끊임없이 자문자답해야 할 질문일 것이다.


이 일을 ‘왜’ 하는가?


이 일을 ‘왜’ ‘같이’ 해야 하는가?

작가의 이전글 [김PD의 관광두레 이야기] #01_벼랑끝에서의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