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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Nov 18. 2019

일단 저장 말고 발행부터 하자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자

벌써 2년이 지났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한 지


처음

웹툰이랍시고

일단 올려보자고 시작했던

석기시대의 그림일기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편씩은

일단 올리자고 시작했고

그렇게

2년 동안 (물론 중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이거나

 건너뛴 적도 잦아지긴 했지만)

나름대로 꾸준하게 글과 그림을 올렸고

처음 몇 달 동안 습관들이기까지 힘들었던

시기가 좀 지나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글 쓰는 데에 두려움도 없어져갔다


브런치 초기에 꿈꾸었던

출판의 기회는 4~5차례의 도전에도

선뜻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글을 쓰고 있다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너무도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비록 책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각각의 한편 한 편의 조각들을

좋아해 주시고 기다려주시는 구독자분들도

생겼고,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셨고

그림과 글에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너무나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언제나 가슴이 설레었다


그러다 타성에 젖어서일까

조금씩 나태해져 감을 느꼈다

일주일에 화, 목 올리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힘들어지고

귀찮아지고, 마치 밀린 숙제를 하는 듯

억지스러워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 떠밀리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 맘대로 휴재를 했고,

그럴 때도 독자분들은 묵묵히 기다려 주셨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곧 아이를 낳았다


석기시대의 그림일기를 마지막으로 올린 게

언제였더라

문득 생각이 들었을 때는 2년이란 시간이

흘러있었다.


허무했고

무엇보다 미안했다

그리고 아까웠다


그동안 잘 쓰지 못하는 글이라도

그래도 썼고

그렇게 기록해둔 내용들은

독자분들에게도 간혹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서

같이 공감해주시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남긴 기록들은

가끔씩 지친 나에게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너무나 훌륭한 나만의 책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를 쓰려고 했다

굳어있던 근육을 갑자기 쓰면 맘대로 안되듯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머리가 지끈했다

손가락은 이전처럼 자유롭지 않았다


기나긴 공백기였던 만큼

뭔가 그럴싸하게 컴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렇게 두려움에 먹혔나 보다


계속해서 글을 미루게 되었고

그렇게 미룰 때마다 더 큰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커져갔다


영영

이대로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지금 브런치의 내 서재들에

곰팡이가 낄 것 같아서


문득 길을 걸어다가가

지금 글을 쓰자..라는 생각에

가까운 카페에 들어왔고


생각도 하기 전에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지금이 그 순간이다.


일단 쓰고

저장하지 말고,

다듬으려 하지도 말고


지금 쓰는 그대로

그냥 발행하련다


그래

일단 쓰자

그리고 자주 써 나가자

두려움 없이

4년 전의 내가 처음

글을 썼을 때처럼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오랜만에 돌아왔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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