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솔직하게 말해, 마틴 루터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는 교황청의 면벌부(나이가 있으신 세대에게는 면죄부가 더 익숙한 표현이겠지만, 요새는 면벌부라고 하네요.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이기도 하고요)에 대항하여 종교개혁을 일으킵니다.
그러면서 그가 한 여러가지 개혁적 행동 중 하나는 당시 최첨단 미디어 기술이었는 금속인쇄술을 활용해서 '독일어로 된 성경'을 출판 보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라틴어로 된, 필사본으로만 전해져서 사제계급만이 독점하고 있는 성경 말씀을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사제계급의 성경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정직하고 보편화된 해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써 '만인제사장 주의'가 가능해지고 개혁신앙은 그렇게 모두에게 평등하게 성경말씀이 제공되는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종교개혁이 필요한 시기도 아니고 성경말씀이 제한된 사람들만의 독점적 전유물인 시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사전을 만들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점점 명확해 집니다.
지금 한국 교회에서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성경은 개역개정본입니다. 이 번역본이 나쁜 번역본은 아니지만, 많은 용어들이 지금 현대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유명사부터 차이가 있어 일반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세계사와 성경을 매칭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애굽(이집트), 바로(파라오), 가이사 아구스도(카이사르 아우구수투누스), 다메섹(다마스커스) 등등 수없이 많은 명사들이 오래된 말로 되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각각의 언어들도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복음이라는 단어 조차 지금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도 어려운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죄라는 단어, 구속, 보혈... 수많은 단어가 어느새 교회 공동체 안에 갇혀버려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또 인스턴트식 사랑이 판을 치면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도 점점 가벼워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사람들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성경 해석, 새로운 용어들이 개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다보니 성경사전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이것들이 그냥 나 혼자만의 취미가 아닌 보다 의미있는 공동체로 확장하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씀을 사모하고 깊이있는 탐구를 좋아하는 많은 지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과거에도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경말씀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 괴팍한 사람들도 있다보니 샬롬으로 하나되면서 겸손하게 지혜를 구하는 그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가 참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신다면, 이 성경사전을 단지 사전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신도들이 모아서 주석으로 만들어가는, 말씀에 기반한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들을 해봅니다. 자신이 해석한 견해들을 공동체 안에 풀어놓고 또 공동체가 그 해석들을 건전한 토론을 통해 완성해가는 그러한 공동체가 가능할까요?
성경본문을 일반성도에게 되돌려준 구텐베르크처럼, 21세기에는 성경 해석을 일반 성도에게 되돌려주는 도구로써 스톤위키가 역할을 감당하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