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대차대조표

나를 붙잡는 것들과 내가 쥐고 있는 것들

by 글로 쓰는 바람

"대체 달라질 수 있을까?..."


살다 보면 이 질문 앞에 머무르게 됩니다.


달라질 게 없어 보이는 것과

바꿔야 할 것들 사이 경계가 흐릿해질수록,

마음은 지치고

자신에 대한 확신도 점점 옅어집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자신의 출생 배경마저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대국민 사기극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고자 하는 일마다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는 사람들,
'관계'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인연들이
옆에 있을 수도 있지요.
가족이라고 해서 다를 리 있었을까요?

남들 눈엔 평범해 보이는 집안인데,
왜 이렇게 지지리도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세상이 던지는 돌 하나조차 피하지 못하고
다 맞으며 살아가는 건지.
얽히고 설킨 채 가까스로 버티는 나


그렇게 살아가는 '나'는 이곳 저곳에 너무 많습니다.

그런 순간들 앞에서는 당연하게도 무력해집니다.
무언가를 바꾼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 같아도,

결국 나를 멈추게 한 그 ‘장면’으로 되돌아가기만을

하염없이 반복합니다.




하지만,

삶은
받아들여야 할 것과 바꿔낼 것 사이에서
어떻게든 '내'가 움직일때서야
조금씩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 순간, 우리는 삶의 대차대조표 앞에 서게 됩니다.


한쪽에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태어난 장소, 맺어진 가족, 주어진 환경…

애초에 선택할 수조차 없었던 것들인데,
어쩌면 낭패라고 새긴 기억들과 고스란히 겹쳐 있기도 합니다.
마치 모든 실패와 상처가 전부 저 장면에 멈춘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한쪽에는
어떻게든 바꿔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루를 사는 모습,
관계를 맺는 방식,
반복해온 것, 그리고 그것과 맞닿은 선택들,

끝내 내 시선이 향하는 곳.


이건 분명히 내가 쥐고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결코 달라지지 않는 것들입니다.


이 대차대조표를 손에 들었다면,
받아들일 것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바꿔낼 수 있는 것은 끝까지 해내야 합니다.


대차대조표의 한쪽에만 매인 채로,
다른 쪽을 채우지도 못한 채 빈칸으로 남겨두는 건
하릴없다는 구실 뒤로 나를 가두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물러서지 않고 마주하며

하나씩 바꿔갈 때서야

멈춰 있던 삶의 추가 움직이게 됩니다.


받아들이는 데는 용기가,
바꿔내는 데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이 삶의 균형표는 누구도 대신 써주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한 칸 한 칸 채워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느 쪽의 칸을 더 오래 들여다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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