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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너는?

전문가다운 전문가

by 강석우

이런 일이 있었다. 둘째 아들이 팔을 다쳐 병원에 갔다. 당연히 정형외과로 갔고 깁스를 했다. 그런데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오는데 아프다고 손을 못 잡게 하는 것이다. 깁스했으니까 괜찮다고 달래가면서 집으로 오는 도중에 아무래도 이상한 것이 분명 병원에 갈 때는 오른손을 잡고 갔는데 돌아오면서는 내가 왼손을 잡고 있었다. 아뿔싸, 왼손에 깁스해야 하는데 오른손에 깁스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그 병원에 가지 말라고 권유했는데 어느 날 아이의 어깨가 빠졌다. 어깨가 빠진 거야 운동 잘하는 사람들은 그냥도 맞추는 정도이니 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문제의 그 병원에 갔다. 내심 불안하긴 했지만 정형외과 의사가 빠진 팔 하나 맞추지 못할까 하고 치료 후 데리고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팔을 맞추면 즉시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상식인데 전혀 팔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은 다른 소아과에 가서 다시 맞추고 나왔다. 이런 사람도 의사라고 환자를 진료하는가 싶어 정말 한심했는데 얼마 후 그 병원 원장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셋째 아들이 네 살 때 일이다. 혼자 놀면서 귀이개로 귀를 찔렀다. 혹시나 해서 동네 소아과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가 귓속을 보여주면서 고막은 괜찮고 이쪽에 약간 상처만 났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안도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나왔는데 문제는 다음 날 새벽, 우연히 일어난 아이의 귀를 보니 귀에 피가 가득 고여 엉겨있었다. 놀라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두 시간을 기다려(환자가 밀려서가 아니라, 순전히 이비인후과 의사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진찰한 의사의 말, “괜찮네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고막도 괜찮고요. 내일쯤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서 소독만 한 번 더 받으세요.” 그래서 내가 “혹시 모르니까 여기로 올게요.”라고 했더니 “여기 올 필요 없어요. 동네 이비인후과로 가세요.”라고 한다. 다음 날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자세하게 진찰하고 나선 “괜찮구먼요. 오늘 소독하고 며칠 후에 다시 한번 소독하러 오세요.”라고 했다.

의사 셋의 괜찮다는 말을 들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은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귀를 찌른 날이 10월 16일, 대학병원에 입원한 날이 12월 2일이다. 병원에 오라는 대로 꼬박꼬박 갔고 약 주는 대로 잘 먹였는데 고막이 천공됐고 청각신경까지 손상될 수 있다는 소아과 의사의 말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고 대학병원에 갔고, 그때가 11월 10일이다. 거의 날마다 대학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받았는데 결국 입원한 것이다. 다행히 균 배양 검사 결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아이가 살이 쪄서 정맥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간호사의 말을 들었다. 아이를 살찌게 키웠다는 죄로 혈관주사를 놓는다면 최선을 다해 정말 힘껏 발버둥 치는 아이를 붙잡아 주었는데 간호사 셋이 붙어서 무려 일곱 번을 찌르고도, 찌른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찌른 채 혈관이 도망간다고 바늘을 이리저리 살 속으로 헤집는 것이었다.

차마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어른도 못 참겠다.”라고 소리를 지르고 중단시켰다. 그랬더니 다들 내게 볼멘소리 한다. 주사 못 놓게 한다고. 아니 이 무슨 몰염치한 짓인가? 자기들의 주사 놓는 실력이 부족함을 알아야지 차라리 자신이 없으면 찌르지를 말아야지 찔러 넣고 헤집어 놓은 주제에. -그것도 일곱 번씩이나-. 아이와 부모 잘못으로 돌려? 더 화나는 것은 옆방에서 서류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담당 의사이다. 세상에 자기 환자가 그렇게 바로 옆에서 죽어라 소리 지르고 발버둥 치는데 미동도 하지 않더니 흥분한 나를 불러 그 방법밖에 없다고 지극히 무표정하게 말하는 것이다. “아이가 저렇게 힘들어하니 다른 방법을 좀 찾아주세요.”라는 애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난 전문가라고 하면 적어도 이런 일에 대한 대비책은 있으려니 했다.

결국 그날은 주사를 놓지 못했고, 다음날 실력 있는(?) 간호사가 단 한 번 찔러서 성공적으로 정맥주사를 놓았다. 자기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그립다. 진짜 전문가가 그립다. 최소한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 그립다. 날마다 오는 똑같은 돈벌이 수단으로써의 환자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생명을 바치는 숭고한 사명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픔을 같이 느끼고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없애주려 노력하는 사람이 그립다. 주장하고 싶다, 실력을 쌓으라고. 이 사회에서 지극히 존경받고 있으며 또 대접받고 사는 사람들이여, 그에 걸맞은 실력을 쌓으세요. 그리고 자기 일을 충실하게 성실하게 하세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요즘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입시 부정행위도 그렇다. 감독자가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 일을 성실하게 수행했으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기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최고의 실력을 쌓는 노력을 한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아는 사람이 차에 이상이 생겨서 정비업체에 갔더니 수리비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못 고쳤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정비업체를 소개했는데, 정비사가 간단히 드라이버 하나로 해결해 주고선 수리비도 받지 않더란다. 전의 정비업체에서 설마 돈을 우려먹으려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모르니 대충 그 근방의 부품 전체를 교환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 가격이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실력을 쌓아야 한다. 자기 분야의 프로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 최고가 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최고의 실력자가 되어 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면 너는 실력 있느냐? 의사가 실수하면 한 명의 생명이 잘못되고 정비사가 실수하면 몇 사람의 생명이 위태하지만 너는 잘못되면 몇십 명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지 않느냐? 존경받는 교사 실력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넌 얼마나 노력하고 있길래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을 나무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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