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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살만한 곳

나덕성 교수님께

by 강석우

<CD와 DVD를 쓰지 않는 시대여서 더더욱 까맣게 잊고 있던 글입니다>


‘첼로 거목 나덕성 교수의 정년을 맞아 무려 120명 이상의 제자가 한 무대에 서는 큰 음악회를 준비한다.’(2007년 2월 16일 중앙일보 18면)라는 기사를 보고 감동했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중심으로 <존경받는 선생님의 조건>이라는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그리고 며칠 후, 보내는 이 ‘나덕성’으로 찍힌 노란 봉투를 우편으로 받았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나덕성 교수께서 보셨나 보다. 그 글에 대한 고마움의 뜻으로 내게 연주 CD와 DVD를 보내주신 것이다. 일찍 보내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이래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에 종일 기분이 좋았다.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존경받는 선생님의 조건으로 첫째 실력, 둘째 칭찬, 셋째 바른생활, 넷째 사랑, 그리고 제자들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는 것을 꼽았는데, 이번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감사하는 마음, 지극히 작은 것이지만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고 최상의 감사를 표하는 마음, 이 마음이 어찌 내게만 베풀어진 마음이랴. 그 많은 제자에게도 그런 마음을 가지셨을 것이고 그래서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감동으로 마음에 품고 있던 존경을 120명이 모인 무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마침, 학생들로 인해 속상해하고 있던 땐데 나 교수님으로 인해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다시 세상은 밝아지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씨앗이 되어 기쁨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어지게 되고, 온통 세상이 좋은 사람으로 둘러싸인 곳이라고 까지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늦게 들어온 아들을 붙잡고 잠시 음악 감상하자고 했다. 의아해하는 아들에게 사정 얘기를 하니 나보다 더 감격해하면서 “와! 멋지다.”라고 한다. 음악이 멋지다는 것이었을까. 나 교수님의 마음 씀이 멋지다는 것이었을까. 나 교수님과 감동의 무대를 꾸민 제자들이 멋지다는 것이었을까. 내게 보내주신 그 감동이 멋지다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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