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몰아내는 밝은 빛을 내는 사람들
여수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 자리 잡은 기도원으로 수련회를 갔을 때다. 기도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친구가 밖으로 돌았다. 집회가 끝나자마자 그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바다를 내려보고 있었다. 둘은 그렇게 밤을 새웠다. 새벽 서너 시가 되었을까 바위 밑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고 삽시간에 너럭바위에는 열댓 명 정도의 사람들이 올라와 앉았다.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한 사이 그들의 기도회가 시작됐다.
그들의 기도 제목은 처음 시작이 ‘이 나라와 이 민족’이었다. 매우 놀랐다. 당시 내 기도 제목은 ‘머리를 좋게 해 주셔서 공부 발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고, 기도원 집회에서도 대다수 기도는 부자로 잘살게 해 달라는 축복을 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뇌리에 자리 잡았다. 자기보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그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가 미국인 사업가 도티 씨에게서 후원을 받아 설립한 도티기념병원에는 서울 소년의 집과 은평의 마을 생활자들은 물론 영양실조·결핵·홍역·간염 등을 앓고 있던 고아·행려인 등이 줄을 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병원비를 낼 형편이 없는 외국인 환자들이 발걸음을 했다. 99개국 환자 5만 2800여 명의 외국인이 도티기념병원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가난한 이들에게 손을 내민 도티기념병원의 나눔과 사랑의 정신에 공감한 의료진들이 재능기부가 이어지면서 암 환자 치료는 물론 크고 작은 수술까지 이뤄졌다. (의협신문 2017.07.22.)
눈만 뜨면 어지러운 세상살이, 삭막한 사람들의 이야기, 물고 물어뜯기는 살벌한 풍경을 연출하는 이 세상이 그래도 유지되는 까닭은 바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슈월츠 신부 같은 분들, 도티 같은 분들. 또 있다. 가난에 찌든 한 엄마가 도티병원을 찾아 쌍둥이를 낳은 이후 해마다 병원에 감사 편지를 보낸다는 것, 어느 정도 성장한 쌍둥이가 직접 병원을 찾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적은 돈이지만 기부했다고 한다. 바로 이런 사람들, 자기가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환자만 잘 보면 됐지 꼭 부자가 될 필요가 있나요?”라면서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
우리 사회의 어둠을 몰아내는 밝은 빛을 내는 아름다운 사람들. 어느 구석엔가는 꼭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아름다워질 수 있다. 촛불 하나면 방 전체의 어둠이 물러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