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신 교육장에서 들은 얘기다. 치열한 전투에서 낙오한 부상병을 포함한 1개 분대가 동굴에 피신하고 있었다. 남은 물은 소대장의 허리에 매달린 수통에 반절 정도가 전부. 심한 부상으로 죽어가는 병사가 물을 찾는다. 소대장이 수통 뚜껑을 연다. 모두의 눈이 수통에 쏠린다. 죽어가는 병사의 입에 소대장이 수통을 대준다. 병사는 고개를 젓는다. “소대장님, 먼저.” 눈빛은 그렇게 말한다. 소대장이 물을 마신다. 그리고 수통을 돌린다. 부상병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모두 물을 마신다. 다시 소대장의 손에 수통이 돌아온다. 모두 물을 마셨는데 수통의 물은 처음 자기 손을 떠났던 그대로다.
사람이 아름답다면 바로 이럴 때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위하는 마음,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는 마음,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서로 양보하는 마음, 난 배부르니 너 많이 먹어라 자기 밥을 덜어주는 어머니 마음. 이런 마음들은 서로 맞아야 한다. 반절 남은 수통을 마시는 척 돌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형님 먼저 하면, 아우 먼저로 화답하는 마음. 이렇게 마음들이 서로 맞을 때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진다.
그러나 사람이 더 아름다운 때는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더라도 위하는 마음이 있을 때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베푸는 마음이 있을 때다. 득실을 따지지 않고 상대를 앞세우는 마음이 있을 때다. 무조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아니다! 가능할까를 따지지 말고 지금 나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너부터 먹어’, ‘너 먼저 해’, ‘이건 네 거야.’, ‘네가 앞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