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삶의 방향에 영향을 준, 고마운 사람이 어찌 한둘일까.
난 촌놈이다. 촌에 살아서 촌놈이라기보다 하는 짓이 촌놈이다. 도무지 세상 사는 이치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항상 어리숙하고 다른 사람이 한두 번 해서 능한 일을 열 번 이상을 반복해도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지은 별명이 ‘돌쇠’이다.
촌놈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점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묵묵하게 해낸다는 점일 것이다. 내게 교사는 천직이다. 말 그대로 하느님께서 “세상 사는 동안 너 이 일 하면서 살아라.”하고 시켜주신 일이다. 그래서 교사가 된 이후 유능한 교사는 못될지라도 노력하는 교사가 나다, 하면서 지내왔다. 수업자료 준비, 특별활동 부서 운영, 인성교육 등을 하면서 땅 갈고 씨 뿌려 결실하기까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이는 촌놈처럼 그렇게 교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냥 학생들을 키워가는 재미로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가며 묵묵하게 지내던 나를 무명으로 농촌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촌놈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내가 해온 일을 평가해 준 사람을 만났다. 유력 일간지의 기자였는데, 내 활동을 지면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 소개해 주었다. 고마워하는 내게 그는 “선생님은 열심히 일하십시오. 그런 분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은 제가 할 일입니다.” 감동이었다.
그 후로도 1년에 한 번 정도 수년간 유력일간지에 얼굴을 내밀었다. 주변에 자랑할 만한 뿌듯한 일이었지만 가장 큰 기쁨은 어머니께 자랑거리를 드렸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지만, 마음에 아들이 신문에 나온다는 큰 기쁨을 드렸으니 나름 큰 효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피땀 나는 노력을 하면서도 은둔자로 지내는 사람이 숱한데, 고마운 사람을 만나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