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자가 있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에 춤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머리도 좋았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어느 날 이 학생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서울에 가서요.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우리 학교는 서울에서 거리가 먼 깡촌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거절했습니다. 호되게 나무랐습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를 예술고로 가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하고 우리 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한 포기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교사가 하는 일이 뭘까. 학생의 재능을 살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학교를 빠지고 서울 음악학원으로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됐고, 또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 학생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출석 처리를 해줄 리가 없었습니다. 눈 딱 감고 교장선생에게 부탁하면 학생이나 나나 미친놈 소리 들을 것이 뻔했습니다. 노래 포기하고 공부하라고 설득하는 것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학생의 가슴에 못이 박혔고 제 가슴에 못이 박혔습니다. 2학년 전체 학생이 수련회를 갔습니다. 저녁 시간에 격려 방문했는데, 마침 장기 자랑 시간이었습니다. 이때 그 학생이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무대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전교생을 열광시키는 춤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학생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춤이 끝난 후 그 학생은 제 무릎 아래 머리를 박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보셨어요? 선생님 보시라고 더 열심히 했습니다. 시멘트 바닥무대에서 해서는 안 되는 춤동작까지 무리해서 보여드렸어요. 제 실력을 알아보셨을 겁니다. 허락해 주세요.” 나는 노래를 잘하는지 춤을 잘 추는지 분간 못한다. 그러나 이 정도 열망이면 하게 해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끝없이 벽과 싸웠고, 마침내 아버지, 어머니,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차례로 받아 냈습니다.
학생들에게 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라, 온몸 온몸을 바쳐라, 진정한 프로가 되라고 늘 강조합니다. 그 학생의 열정 정도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긴 무명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담임으로서 이 학생을 인생을 망친 것이 아니었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러다 공중파 방송에서 노래와 춤으로 데뷔했을 때 온 세상을 다 얻는 듯 기뻤습니다. 그러나 몇 차례로 끝이었고 다시 무명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온몸 온몸으로 벽을 뚫어낼 것이 아니라, 막아야 했나? 후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