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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보고

by 강석우

최소한

내 아들들에게만이라도

공부라는 굴레를 씌워주고 싶지 않았다.


그림책을 보며 사과, 자동차, 동물들을 익히는 것보다

직접 과일을 보게 하고

돌아다니며 직접 자동차를 보게 해 주고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을 보게 하고 싶었다


문제지 하나 풀게 하는 것보다

책을 같이 읽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영어 공부에 미쳐 돌아가게 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국어를 더 잘 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학원에 가서 한 글자라도 더 배우게 하는 것보다

같이 축구하고 싶었고

같이 자전거 타고 싶었고

같이 영화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뭐냐

쉬는 날

무거운 가방 등에 메고

깊은 밤이 되어서야 학원에서 돌아오는 널 보고

아버지로서

교사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왜 널 말리지 못하였나!

그깟 공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왜 못하나!


이 세상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일 하나 접해보지도 못하게 하면서

공부 공부 공부에 매달리는 널

그냥 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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