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by 강석우

고려장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 너무 컸었다. 특별난 효자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한 인간이 인간을 그렇게 버려두고 올 수 있느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입양한 강아지도 집에 온 첫날 낑낑대는 것이 애처로워 차마 내버려 두지 못하는데 어찌 자기 부모님을 버리고 올 수 있을까. 어린 마음에 이것은 아주 옛날 미개했을 때 있었을 거라고, 요즘에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도 심심찮게 그런 소식을 듣는다. 실제로 부모님을 버린다는 이야기를. 그게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부터 시작하여 곳곳에 널려있다. 농촌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버지 학교의 관리팀으로 참여했을 때의 경험이다. 대상자의 80%가 할아버지다. 자기소개 시간에 가족 소개하는 것을 들으니 거의 자녀들은 외지에 가 있고 부부만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엔 혼자 사는 분들도 있었고.


이웃이 있고, 살 집이 있고 먹을 것이 있고, 또 가끔 만나러 가기도 한다지만, 그것으로 아무리 위안 삼는다고 할지라도 혼자 사시게 두는 것도 고려장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도 어머니를 버려놓고 나 혼자만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아들의 에스엔에스 계정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담긴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아들이 불편해하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친구들 들어오는 곳에 아버지가 글을 남기는 것이 불편한 것 같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읽어보라고 했다. 글이 쌓여도 조회 건수는 0. 이거 아들에게 버림받은 것 아닌가? 고려장 당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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