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남은 시간’(삼성생명)이라는 영상을 봤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듣는 자리에서 의사는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9개월 정도입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검진 결과서를 보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를 주제로 몇 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보통 몇 시에 퇴근하세요? 하루에 몇 시간 주무시나요? TV는 얼마나 보세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당신의 인생에서 그 시간을 빼면 당신에게 남은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됩니다.’
53살인 여자분을 기준으로 해서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남은 시간은 32년이고 그중 일하는 시간은 10년, 자는 시간은 9년 11개월, TV 또는 스마트폰 보는 시간 4년 2개월, 그 외 혼자 보내는 시간 7년 2개월 그렇게 해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9개월이 됐습니다.
저는 계산도 해보기 싫을 정도로 마음이 쿵 했습니다. 아들의 얼굴을 1년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 형편인데 그럼 남은 인생 동안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묵은땅을 기경하라(호 10:12)” 제가 참 좋아해서 자주 인용하는 말씀입니다. 밭이 있어도 갈지 않으면, 갈지 않은 땅에 씨를 뿌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묵은 마음, 딱딱한 마음을 갈지 않으면, 우리에게 남은 가족과 함께 할 얼마 되지 않은 시간마저 의미 없이 지나가 버릴 것 같습니다. 슬의생 1화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의사가 암 진단하면서 “이 정도면 그간 매우 아팠을 텐데 어떻게 견디셨어요?”라고 말하자 모시고 왔던 딸이 오열합니다. 그간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아들에게만 정신이 팔려 어머니가 이 지경인지 알지 못했다고 눈물 콧물 다 빼며 울부짖습니다.
우리가 지금 선산에 계신 부모님을 살갑게 대하지 못했고 자주 뵙지 못했다며 눈물 콧물 뺏던 것처럼, 우리 자식들도 나중 기껏 여기에서 눈물 콧물 빼며 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눈부처(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 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묵은땅을 갈아엎길 소망합니다. 묵은땅은 우리의 딱딱한 마음, 건성 건성한 마음, 언듯 지나는 마음, 아픔을 알아보지 못하는 마음, 내 앞만 보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갚아 엎는다라는 것은 부드럽게 한다는 뜻입니다. 부드러운 땅에 씨가 뿌려지면 거둘 것이 많아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갈아엎어 부드럽게 하면 우리에게 남은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더 따뜻하고 더 친밀하고 더 깊어지고 더 축복하고 더 간절해질 겁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가 서로를 향해 남은 평생 눈부처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기도
묵은땅 같은 우리 마음 밭을 갈게 하옵소서. 딱딱한 땅은 두드려 자근자근, 몽글몽글하게, 굳고 강퍅한 우리 마음 밭은 갈아엎어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들 수 있는 기름진 토양으로 가꾸게 해 주십시오. ‘고마워요, 미안해요’란 말이 불쑥 나오게 하시고, 먼저 다가가 미소 지으며 쓰다듬을 수 있는 우리로 살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