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맛, 소라맛을 알려면

by 강석우

"고추 맛을 보려면 수백 개의 해와

수백 개의 달과 수만 개의 빗방울을 생각한 다음에야

아삭한 고추 맛을 아는데

소라 맛을 보려면 마라도 끝에서부터 오는 물살과

수십 번의 숨비소리를 생각한 다음 먹어야

소라의 고소함을 알 수 있어요"


-허유미, '소라 맛보려면'에서-


수도 없이 많은 해와 달과 빗방울을 담고 살아온 깊은 맛을

나는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혹은 하찮게 대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본다.

또 그렇게 대우받아 온 순간들은 없었는지도 함께 되짚어본다.


소박한 바람을 갖는다.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관심을 주고받는 사이이기를.

어깨를 기대며 살아가는 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만나는 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남은 생을 손잡고 살아가기로 약속한 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나와 주변 사람이 살아온 깊은 맛을 차츰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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