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드러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때로 그 보이지 않는 헌신이 더 깊은 가치를 지닌다고 믿습니다.
“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광화문 글판 2025 특별 편)
늠름하게 서 있는 나무 밑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무궁한, 아낌없이 내어준 푸르름이 깃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푸름을 다 내어주고 스스로 기꺼이 겨울이 되어버린 부모님. 그 품에서 자라난 우리는 이제 다시 누군가의 겨울이 되어, 우리보다 더 푸르게 자라날 아들들을 바라봅니다.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아 1:15) 하셨던 그 사랑의 독백을 우리도 마음속에 곱씹어 봅니다. 이제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을 향해, 우리 아이들이 ‘일어나 빛을 발하며’(사 60:1) 당당히 우뚝 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