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간: 2018년 7월 7일 ~ 2018년 9월 30일(24부작)
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
출연: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
좋아하는 사상이 있다. 흔히 ‘선비정신’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인데, ‘정신’이라기보다 사상이라고 일컫고 싶다. 외유내강, 청빈 검약, 의리 명분 등이 핵심 내용인데 그중 산이 무너져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선비로서의 ‘내강’이 제일 마음에 든다.
미스터 션샤인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고애신의 꼿꼿함이다. 겉으론 부드럽고 친절하면서도 내면에 갖추고 있는 고고함 꼿꼿함이 드러난 앉은 자세와 고사홍이 “누구든 벨 수 있고, 누구든 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무도한 구동매를 혼내주는 장면이다. 무너져가는 조선을 지탱하며 끈질기게 항쟁하는 상징적 선비사상이다.
고애신의 안목 또한 선비의 자질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저에게 오는 한걸음, 한걸음이 멀었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그 걸음에서 겉모습은 조용하고 무거웠고 이기적이었지만 언제나 옳은 쪽으로 걷고 있는 사람의 진면목을 읽어내는 것은 예술적 안목을 뛰어넘는 사람의 인격을 읽어내는 참 안목이다. 고애신의 안목은 조부 고사홍에게서 왔을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지켜줄 자와 고심하여 완벽을 기할 자 담을 넘어 들어오는 자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의 차이를 읽어내는 안목으로 조선이 처한 상황까지 짚어내는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유진 초이에게서도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다시 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원망과 증오만을 기억하는 조선에서 “다시 돌아와 보니 날 살려 준 은인들이 많이 있었소. 요셉에게 날 부탁해 준 도공 황은산이 그랬고 날 놓쳐 준 추노꾼들이 그랬소.”라고 말한 깨달음이다. 행랑 어르신도 함안댁도 추노꾼도 도공도 역관도 심부름 소년도 살고 있다는 그의 말은 곧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나 혼자서 살아온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라는 깨달음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면서 보은 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사내 손에 든 게 고작 꽃이라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
그의 출신은 그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에게 오는 한걸음, 한걸음이 멀었을 겁니다. 저 역시 그에게 달려가 보며 알았습니다.
숱한 시간이 내겐 늘 준비였소. 구해야 하오 어느 날엔가 저 여인이 내가 될 수 있으니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 이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아는가.
그의 선택들은 늘 조용했고 무거웠고 이기적으로 보였고 차갑게도 보였는데 그의 걸음은 언제나 옳은 쪽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아직 늘지 않아서 작별 인사는 짧았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꼴은 이래도 500년을 이어져 온 나라요. 그 500년 동안 호란 왜란 많이도 겪었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지켜내지 않았겠소. 그런 조선이 평화롭게 찢어발겨지고 있소. 처음엔 청이, 다음엔 아라사가 지금은 일본이, 이제는 미국 군들까지 들어왔소 나라꼴이 이런데 누군가는 싸워야 되지 않겠소.
나도 그렇소 나도 꽃을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저에게 오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멀었을 겁니다. 저 역시 그에게 달려가 보며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하나님 품으로 잘 인도해 주실 겁니다
고애신: 러브가 무엇이오? 벼슬보다 좋은 거라 하더이다
유진: 뭐, 생각하기에 따라서. 한데 혼자는 못 하오. 함께 할 상대가 있어야 해서.
고애신: 그럼 나랑 같이 하지 않겠소? 아녀자라 그러오? 내 총도 쏘는데
유진: 총 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위험하고 그보다 더 뜨거워야 하오
고애신: 꽤 어렵구려.
합시다, 러브. 나랑. 나랑 같이.
보호요. 할 수 있으니까.
조선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내 옆이오. 눈에 띄는 것은 나일테니...
조선으로 오면서 생각했소. 조선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내가 뭔가를 하게 되면 그건 조선을 망하게 하는 쪽으로 걸을 테니까
누구나 제 손톱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플 수 있어 근데, 심장이 뜯겨 나가 본 사람 앞에서 아프다 소리는 말아야지 그건 부끄러움의 문제거든.
주목받지 마시오. 미군의 총은, 양반 상놈 안 가리니까. 민주적이라.
미국은 날 조선인이라 하고 조선은 날 미국인이라 하니 앞으로 내가 어느 쪽으로 걸을지는 나도 모르겠소.
난 계속 어딘가 멀리 가고 있소, 어디가 제일 먼지 모르겠소. 아님 다 온 건지.
그댄 나아가시오, 나는 한걸음 물러나니
이 세상에 차이는 분명 존재하오. 힘의 차이, 견해 차이, 신분의 차이. 그건 그대의 잘못이 아니오. 물론 나의 잘못도 아니고.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만나진 것뿐이오. 그대의 조선엔 행랑 어르신도 함안댁도 살고 있소 추노꾼도 도공도 역관도 심부름 소년도 살고 있소
내가 있어 우는 것보다야 나 없이 웃길 바라오.
당신은 당신의 조선을 구하시오. 나는 당신을 구할 거니까 이건 내 역사고, 난 그리 선택했소.
‘위대하고 고귀하다’라는 뜻의 영어 이름이 유진이오
상자 속 소년이 떨고 있소 저번보다 더 떨고 있소
조선을 떠날 땐 몰랐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날 살려 준 은인들이 많이 있었소. 요셉에게 날 부탁해 준 도공 황은산이 그랬고 날 놓쳐 준 추노꾼들이 그랬소.
넌 선택할 수 있었어. 그들에게도 처와 자식들이 있었지만, 너처럼 그런 선택을 하진 않았거든.
전 여전히 조선의 주권이 어디에 있든 관심 없습니다. 전 그저 그 여인이 제 은인들이 안 죽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계속 멀리 가 보는데 그 길이 자꾸 겹칩니다. 의병이랑
울지 마시오.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나의 러브스토리요. 그래서 가는 거요. 당신의 승리를 빌며. 그대는 나아가시오. 난 한걸음 물러나니.
나는 겨우 약을 발라 주면서 신께 기도를 했단다. 이 이방의 아이에게 갓 구운 빵과 맑은 물을 허락하시라고 이 이방의 아이에게 추위를 거두시고 뜨거운 햇살을 허락하시라고
‘겨우’라는 말은 지워야겠다. 가난한 선교사에게 약은 꽤나 값비쌌거든
고귀하고 위대한 자여 나의 아들아 네가 어디에 있든 널 위해 기도하마 기도하지 않는 밤에도 늘 신이 너와 함께 하길 바라며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 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글에는 힘이 있소.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오. 애국도, 매국도, 모두 기록해야 하오.
꽃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요 꺾어서 화병에 꽂거나 꽃을 만나러 길을 나서거나. 나는 꽃 없는 길을 나설 것이오.
그대의 그림자가 될 것이오. 허니 위험하면 달려와 숨으시오. 그게 내가 조선에 온 이유가 된다면, 영광이오.
오늘의 나의 사인은 화사요.
그의 총구는 늘 옳은 방향으로 겨누어지는구려
지켜달라고는 안 하겠네 자기 몸 하나 지킬 수만 있게 해 주게
양이의 보호보다는 보호치 않는 조선의 뜻이 있음을 헤아릴 것이니
나라님도 자른 머리카락이다. 네 아비, 네 어미처럼 그리 오지 않았으니 됐다. 살아왔으니 그거면 됐다
애신이를 지켜 줘라 조선이 지지 않기를 바란다 했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부디 부탁이니 그 일군 대좌를 죽여줘라 (동매) 왜 저는 지키는 자이고 저자는 죽이는 자입니까? (사홍) 물불 가리지 않고 지켜 줄 자와 고심하여 완벽을 기할 자 담을 넘어 들어오는 자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의 차이다. 왜 이완익이 아니라 그 일군입니까? 이완익은 조선인의 손에 죽어도 무방하다. 하나 그 일군이 조선인의 손에 죽으면 조선을 공격게 할 명분이 될 것이다. 해서 미군인 자네 손에 맡기려 함이다.
이미 얻었던 걸 몰라 지금은 잃었습니다
표적이 같다 하여 동지인 것은 아니다. 설사 오늘 동지라 하여 내일도 동지란 법이 없다.
애기씨께 총포술을 십 년쯤 가르쳤소. 그 세월 동안 총 하나 배운다고 댁에서 움막까지 그 먼 거리를 사람들 눈을 피하느라 돌아 돌아 돌부리에 걸려 깨지고 나뭇가지에 긁혀 피가 나도 힘든 내색 한 번 안 내비치면서. 그쪽에게 가는 길 또한 그러실 거요. 바다보다 먼 길이 그쪽이랍디다. 한데 그 멀고 먼 길을 가시겠답니다. 그 길이 얼마나 험할지 내 알아서 막아서 보기도 하고 혼도 내 보는데 결국 갈 길이면 애기씨 가시는 길이 어디든 꼭 거기 서 계시오.
그깟 잔은 다시 사면 그만이다. 나는 네가 더 귀하단다. 앞으로 누가 널 해하려고 하면 울기보단 물기를 택해
질투하라 꽃을 주십니까 꽃처럼 살라 꽃을 주십니까 여인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한철의 시들 꽃이 아니라 진심이지요. 오래된 진심.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
우린 우리 부모와 달리 누구든 벨 수 있고, 누구든 쏠 수 있으니.
내일부턴 다른 꿈을 꿔. 이양화로도 쿠도 히나로도 살지 말고. 가방엔 총 대신 분을 넣고, 방엔 펜싱 칼 대신 화사한 그림을 걸고, 착한 사내를 만나. 때마다 그대 닮은 예쁜 옷이나 지어 입으면서, 울지도 말고, 물지도 말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꿈을 꿔.
‘하루에 한 끼는 꼭 묵어라’해서 일식이여
부모의 죄가 곧 자식의 죄다
누가 너더러 정사를 돌보라더냐? 그 자리가 너를 돌볼 것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말고 가질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둬서는 안 된다.
오직 살아남는 것에 힘쓰라. 상명지통 고분지통 망국지통을 모두 겪은 비운의 군주의 애끓는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