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수프 French Soup, The Pot-au-Feu
장르: 드라마, 역사, 로맨스
감독: 트란 안 홍
원작: 마티유 뷔르니아- 만화<도댕 부팡의 열정>
등장인물: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 도댕 부팡(브누와 마지멜)
배경: 1885년 프랑스
제목이 왜 <프렌치 수프>일까. 프렌치 수프는 ‘포토푀’이다. 고기와 채소를 오랜 시간 끓여서 맛을 내는 음식인데, 외제니와 도댕이 인생의 가을에 이르기까지 주방에서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를 상징한 것으로 생각한다.
인상 깊은 장면은 도댕이 외제니를 위해 요리하고, 그 요리를 음미하는 외제니의 모습이었다. 이 장면에서 둘이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 지가 요리하는 도댕의 클로즈업되는 얼굴과, 맛보며 얼굴에 살짝 미소짓는 외제니의 얼굴에서 아주 잘 표현된다.
영화 끝부분, 외제니의 질문과 도댕의 대답도 인상 깊었다. “나는 당신에게 무엇인가요?”라는 외제니의 질문에 도댕은 “나의 아내”라고 대답할 줄 알았다. “나의 요리사”라는 대답에 보여주는 만족한 얼굴에서 도댕의 긴 시간에 걸친 프로포즈를 거절한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둘의 사이는 남편과 아내로 가정으로 한정되는 사이에서 보다, 주방에서 도댕의 머릿속 요리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요리사의 역할에서, 인정하고 받고, 존중하고 받는 사이로 지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새기고 싶은 대사 중 도댕의 “하나의 맛이 완성되려면 문화와 기억이 필요하다.”, “마흔 살 전에는 미식가가 될 수 없다”를 꼽아 본다. 문화와 기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흔 살을 얘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든 시간을 뛰어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른바 ‘천재’다. 외제니와 도댕 둘 다 인정한 요리 천재의 가능성을 지닌 폴린이 ‘오믈레트 노르베인’을 먹고 “첫입에 울뻔했다”라는 말에 문화의 기억을 압축한 마흔 살 이전의 미식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본다. 폴린에게 요리를 맛보게 하고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를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장면에서 난 아들을 떠올렸다. 아들은 내가 만든 음식(요리는 아니다)의 재료를 하나하나 분석해낸다. 내가 아는 내 주변의 미식가다.
물밖에 끓일 줄 아는 게 없다던 비올레트가 “저도 기본적인 것은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한다. 외제니를 잃고 상심한 도댕을 진심으로 걱정하여 한 말이다. 수동적으로만 그려지던 비올레트의 적극적인 이 대사에서 우리 삶에서 진정 필요한 그것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됐다. 단순한 일일지라도 맡은 일을 차질 없이 해내고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중의 모습, 이 이상 우리 곁에 존재 의미가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으뜸 인물상 사이에서 손꼽히는 버금 인물상이다.
도댕의 “인생의 가을”이란 말도 새겨보고 싶다. 대사의 의미는 ‘뜨거운 여름’ 같은 인생의 황금기를 다 보내고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늦은 나이라고 받아들였지만, 가을은 추수하는 황금기이기도 하다. 둘이 주방에서 키워 온 또는 뜸 들여온 사랑의 결실기로 받아들이고 싶다.
평상시 영화의 배경 음악에는 청각장애인이다 싶을 정도인데, 요리하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딱따구리와 다른 새소리는 분명 들렸다.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다가 영화의 흐름을 놓칠뻔하기도 했다.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에 구멍을 뚫는 이유는 당연히 먹이를 찾는 과정이다. 새가 우는 이유는 번식기의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것이다. 영화 전체의 줄거리가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니 감독의 의도로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