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by 강석우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편성 JTBC 2025.12.6. ~ 2026.01.11. 12부작

원제 Surely Tomorrow

연출 임현욱

극본 유영아


출연 이경도(박서준), 서지우(원지안), 박세영(이주영), 차우식(강기둥), 이정민(조민국), 서지연(이엘)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단연 ‘사랑’이다. 이경도와 서지우의 18년에 걸친 반복된 짧은 만남과 긴 이별 끝에 마침내 이뤄지는 사랑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열정적인 에로스, 우정을 뜻하는 필리아,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인 아가페로 구분했다. 극 중 경도와 지우의 사랑은 표면적으로는 남녀 간의 강렬한 이끌림인 에로스에 해당하겠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아가페에 가까웠다.

함께 행복할 수 없는 가혹한 현실 앞에서, 두 사람은 ‘나’의 행복보다 ‘너’의 안녕을 먼저 선택했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감수한 그 침묵의 희생은 ‘버린 사람’과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깊은 슬픔을 낳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은 숱한 갈등과 시련을 이겨내고 결국 진실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주인공들의 사랑 못지않게 빛났던 것은 박세영, 차우식, 이정민, 이경도가 보여준 ‘필리아’였다. 연극 동아리에서 맺어진 이들의 유대는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선다. 셋이 경도를 향해 보여주는 마음은 우정이라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이다. 서로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내내 깊은 부러움을 자아냈다.


또한, 경도의 부모님을 통해 부부간의 이상적인 사랑은 물론, 아들과 며느리 후보를 대하는 부모의 성숙한 태를 엿볼 수 있어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동운일보 연예부 부장인 진한경도 멋있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직장 상사이지만 직원을 향해 애정 표현을 하고 거절당 하면서도 일과는 엄격하게 구분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마음 깊이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은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참사랑의 모습이었다.


가족의 형태를 넘어선 사랑도 감동을 더해주었다. 아내의 외도로 태어난 딸이지만 차별하지 않고 사랑해 준 아버지, 이부자매이지만 언니로서의 진실한 사랑을 보여준 서지연의 모습도, 그리고 언니를 향한 동생의 마음 또한 사랑의 외연을 넓혀주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독실한 신자인 경도의 어머니가 교회에 가다 말고 읊조리던 독백이다. “빈정 상해서 못 가겠어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지만 제가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닌데 그것 하나 들어주지 못해요? 하나님은 그러시면 안 돼요” 하나님을 향해 서운함을 토로하는 그 인간적인 모습에 지극히 공감했다.


스무 살, 스물여덟, 서른여덟에 이르기까지 짧은 만남, 긴 이별을 반복하면서도 치열한 사랑이 단 한 사람만을 향하는 흐름은 둘의 사랑이 아름답게 맺어진다는 당연한 결말을 드러내 놓고 보여주었지만. 그 사랑의 모습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사유하게 했다. 원지안 배우의 해맑은 얼굴을 보는 즐거움 또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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