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과 장유유서
‘질서는 편하고 아름다운 것’ 자주 보는 문구다. 질서를 지키는 것 중 줄 서기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좁은 공간과 한정된 물량을 가장 잘 소화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마 줄 서기 이상 가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줄 서기는 시간의 문제인 듯하다. 시간의 선후에 따라 줄을 서야 하고 예외가 없어야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관계로 분석하면 수평적 사고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적 사고는 시간의 선후가 아닌 태어난 시간으로 좌우된다. 인간관계로 분석하면 수직적 사고가 된다. 즉 장유유서(長幼有序)가 되는 것이다. 먼저가 문제가 아니라 나이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에 줄 서기의 예외를 적용 또는 강요하게 된다.
그래서 줄서기는 민주 사회와 성숙한 시민의식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런데 시내버스에서 의자에 앉지 못한 노약자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내버스의 자리 차지도 일종의 줄서기이니.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한 것? 장유유서를 인정하는 것? 어떤 것이 시민의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