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것
수업 시작 전 5분 정도 좋은 이야기를 한다. 주로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 노력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이야기 등이다. 어느 해 학생들이 몰래 인기투표를 했는데 내가 3위를 했다는 귀띔을 받았다. 외모도 유머도 그렇다고 옷을 잘 입는 것도 아닌 내가 왜? 수업 시간에 해준 좋은 이야기 때문이었단다. 그 후로 더 신나서 ‘누구든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 ‘노력 없이 이뤄지는 일은 없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해나가자’ 등의 이야기를 해왔다.
어느 날,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조건 장밋빛 내일만을 그려줄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 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의도야 행복한 내일을 상상하며 오늘을 치열하게 살자는 것이었지만 미래를 낙관한 학생들에겐 치열한 오늘마저 내일로 미뤄버리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서강대 고 장영희 교수가 소개한 동화 ‘둥근 새’ 이야기가 있다. “작고 둥근 새가 있었습니다. 그 새는 몸이 동그랗고 날개가 작아서 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둥근 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날고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다 해보았지만 날 수가 없었습니다. 둥근 새는 나무를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힘겹게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안간힘을 다해 날개를 퍼덕여 날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둥근 새는 그냥 떨어져 버렸습니다. 마침 나무 밑에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이제 둥근 새는 자신이 아주 많이 원하고 노력을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둥근 새는 나는 것을 포기하고 둥근 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골똘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둥근 새가 구조적으로 할 수 없는 날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시도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임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날아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둥근 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 교사가 해야 할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열병을 앓아 지능이 떨어지게 된 학생이 있었다. 끊임없이 “잘할 수 있어, 노력해 봐!”라고 외쳐댔지만, 성적은 답보상태, 천성적으로 마음이 따뜻하고 착했던 그 학생은 나의 괴롭힘에 순종했지만 끝내 꼴찌 상태로 졸업했다. 처음부터 내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학생이 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으면 그 학생의 고교 시절이 조금은 덜 괴로웠으련만.
성경에서는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할 수 있느냐”(마 6:27)라고 한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라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안 되는 것과 최선을 다하면 될 수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겠다. 어렵지만 할 수 있을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겠다. “나의 괴롭힘을 묵묵히 견뎌낸 많은 학생아, 너희들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아니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 학생들이었고 그리고 너희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지 못한 무능한 교사를 만난 것이었을 뿐이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