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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by 강석우

사자가 사냥하는 장면을 봤다. 점찍은 사냥 대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끈질기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고 있었다. 그렇게 신중할 수가 없다. 아니, 순간 시속 60km까지 내고 튼튼한 발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먹이 사슬의 정상에 있는 맹수가 그렇게 조심할 필요가 있나?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몇 마리가 힘을 합쳐 사냥에 나서면서도.

조병화 님의 호랑이 이야기 중 기억나는 대목이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다. “누가 그냥 가져다주는 놈 있는 줄 아냐? 죽어라 뛰어야 겨우 목구멍에 풀칠하니 내 신세가~” 숲 속의 왕이면서도 그렇게 뛰어다니느냐는 멧돼지의 조롱에 대한 답이다.

문제는 우리다. 사자나 호랑이도 자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사냥감들을 향해 온몸을 다해 뛰고 있는데,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생각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그렇게 시간을 아끼라고 외치고 부르짖고 귀에 못이 박이게 반복해도 틈만 나면 이때다 하고 손에 휴대전화나 리모컨이나 마우스만을 움켜잡고 있으니.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르치는 것에 전문가가 되어야 할 교사가 수업 준비를 하지 않고 수업에 들어간다. 이전에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만 가지고 가르친다. 지금 곳곳에선 치열하게 앞날을 대비하고, 연구실에 불을 밝히고, 자기 계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작 공부해야 할 교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부끄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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