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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Jul 16. 2019

중요한 것은 '경력'이 아니라 '실력'이다

노력이 항상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유

나는 치아교정을 받고 있다. 1년 반 전, 내가 병원을 알아볼 때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의사의 경력이었다. 병원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의사가 몇년의 치아교정 경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고려요소였다. 경험이 많을수록 실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게 사실로 믿고 있던 것이 틀릴 수도 있단 걸 되었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저자들은 5년 차 의사가 30년차 의사보다 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종종 발견했다. 놀랍고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사실이었다. 30년차 의사가 풋내기 새내기 의사보다 실력이 부족한 케이스가 많다니, 겉으로 보기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의식적인 노력'의 부재에 있었다. 30년의 경험이 있어도, 기계적인 동작만 반복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보통 하려는 것을 교수나 선생님, 또는 책이나 웹사이트 등에서 약간 배운다. 그리고 그럭저럭 봐줄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연습을 한다. 그러고 나면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기계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 하지만 이렇게 기계적으로 하던 일을 반복하기만 하는 것은 실력을 향상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 수록 실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난 내가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도 어느정도 찾게 되었다. 1주차 도서인 <그릿>에는 몰입과 의식적인 노력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에 대한 논의가 해답이 제시되지 않은 채 나온다. 물론 이 둘은 완전히 배타적인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몰입을 한다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에 수반되는 고통이 어느정도 배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소 몰입감을 즐기고 몰입하는 경험을 자주 해야 실력도 늘 수 있다고 믿었던 나에겐 이 문제가 굉장히 흥미롭고 중요했다. 


이 책에 따르면 몰입보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다. 매번 하던대로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의식적 노력, 혹은 목적있는 연습은 자신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 


목적의식 있는 연습- 자신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되 분명한 목표, 목표에 도달할 계획, 진척 정도를 추적 관찰할 수단을 가지고, 집중하여 매진하라. 그리고 자신의 동기부여를 유지할 방법도 파악하라.



책에는 숫자 외우기에 도전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는 숫자 10개도 못외웠던 매우 평범했던 이 남성은 훈련을 통해 40개가 넘는 숫자를 외울 수 있게 된다. 그는 막힐때마다 무조건 더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숫자들을 외우지 않았다. 대신 숫자를 더 쉽게 외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했다. 4개씩 묶어 외우고, 다시 그 묶음들을 외울 수 있는 연상법을 생각해내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의식적 노력에서 중요한 것은 '색다름'이라고 강조한다. 기존에 하던 것과는 '다르게'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을 의심하고, 옛날 방식을 철저하게 부수고, 치열하게 고치는 피곤한 과정이 반복되야 하는 것이다. 나는 학생 때만 하더라도 공부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 내가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종종 의심을 가지는 편이었다. 시간에 없다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하던 방식을 바꾸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태해진 것인지 시간에 쫓겨서인지 이런 노력은 시들해졌고 기계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내 직장 상사이자 청년들의 멘토인 신박사님은 제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의식적인 노력이라고 말씀하신다. 의식적인 노력은 장시간 동안 할 수 없다. 에너지와 집중력을 일상생활을 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게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몇시간만 해도 지친다. 난 이런 의식적인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새삼 뼈저리게 반성하게 된 책이었다. 


소처럼 우직한 사람이 성공한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 어렸을 때 내가 종종 들었던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아직도 내 무의식엔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좋다는 고정관념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제부터 의식적으로 이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열심히 하기'가 아니라 '다르게 하기'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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