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ympathizer Jul 24. 2019

자기암시라는 강력한 무기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폭식을 자주 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책상 앞에 앉으면 군것질을 멈추지 않았다.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걸로 그것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일어 과자 몇봉지를 앉은 자리에서 먹어치우기도 했다. 이런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식이장애를 극복한 여성이 쓴 책 한권을 읽게 되었다. 'Brain over Binge'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음식을 마구 먹어치우고 싶은 욕구가 일 때마다 그것은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동물적인 원초적 본능 때문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고대 시절,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식량 부족 등 생존이 달린 위기 상황에서 왔다. 그러한 본능이 아직도 우리 몸에 남아있기 때문에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도 모르게 먹을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 자신이 몸이 원하는 것은 가짜 욕구라고 자기암시를 해서 폭식 충동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먹고싶은 욕구가 생길 때마다 이렇게 자기암시를 하니 신기하게도 그것이 스르륵 사라지는 걸 느꼈다. 자기 자신에게 어떤 스토리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행동이, 그리고 일상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최근 읽은 조셉 머피가 쓴 <잠재의식의 힘>은 자기자신에게 하는 말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책이다. 우리는 매일 우리 자신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계단을 내려오던 중 발목을 접질러서 병원에 가게 되었다. 동료들에게 부주의한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웠고 조심성이 없는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이런 작은 일들도 스스로의 생각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자신감에 타격을 받기 쉬운 인간이다. 


<잠재의식의 힘>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보다 훨씬 큰 힘이 있고 잠재의식을 잘 활용해서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잠재의식은 '단지 계발되고 표현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의식적인 말과 행동으로 잠재의식에 어떤 것을 주입시키면 사소한 것일지라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예를들면 '나는 6시에 일어나고 싶다'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한 다음날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에는 현재의식과 잠재의식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현재의식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릴 때 작용하는 것으로 논리적인 영역이다. 책을 살때나 배우자를 고를 때, 중요한 진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전부 현재 의식이 작용한다. 한편 잠재의식은 비이성적인 영역이다. 심장이 뛰거나 호흡을 하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움직인다. 현재의식과는 달리 잠재의식은 무엇이든 판단하지 않으며, 논쟁하지 않는다. 그릇된 정보를 주어도 잠재의식은 그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여 올바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작동한다. 암시가 비록 거짓일지라도 그대로 행동하고 그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잠재의식은 비옥한 토양과도 같아서 좋은 씨앗이든 나쁜 씨앗이든 모두 받아들인다는 대목이 제일 와닿았고 섬뜩하기도 했다. 어쩌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나 스스로 나쁜 씨앗이 심어지도록 내버려두고 그 씨앗을 키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아무리 작은 부정적 자기암시라도 그것이 계속 자라면 결국 삶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과거의 열정적이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세상에 대해 한없이 낙관적이었을 20대 초중반, 하루하루를 매우 열심히 살던 난 스스로에게 매일 긍정적 자기암시를 한 적이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나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하게 사람들을 대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같은 다소 유치한 글귀를 종이 한장에 쓰고 인턴십을 하던 회사에 가는 길에 소리내어 읊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매우 강력한 행동이었고 무의식 중에 내 자존감을 높여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재의식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았을 때 그것은 강력한 무기가 될수도, 혹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잠재의식을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잘 다스리는 사람은 삶도 이와 같이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잠재의식을 방치하고 부정적인 씨앗이 심어지도록 내버려두면 독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잠재의식이라는 내면의 영역을 잘 가꾸어서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을 잃지 않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중요한 것은 '경력'이 아니라 '실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