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난 주로 1시 이후에 잠에 들곤 한다. 매일 늦게 자는 나에게 엄마는 종종 더 일찍 자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신다. 최근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라는 책을 읽은 후, 일찍 자라고 얘기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 올빼미족인 것 같아요. 잠자는 패턴은 DNA에 의해 결정되는 거라서 바꿀 수 없대요.'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수면 패턴이 있는데, 이는 유전적인 것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 말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넌 예전에 11시가 되기도 전에 잤는데, 그럼 네 DNA가 바뀐거니?'
이 말은 날 혼란에 빠뜨리고 말았다. 난 분명 올빼미족이라고 생각했는데.. 20대 초중반의 난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잠에 들었기 때문이다.
<언제 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내 의문은 비로소 풀리게 되었다. 난 올빼미족도, 종달새 족도 아니었다.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해있는 제 3의 새였을 뿐이었다. 그렇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종달새와 올빼미는 양극단의 케이스일 뿐, 그 사이에는 무수하게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난 매우 얕은 정보만 가지고 막연히 내가 새벽녘에 생산성이 가장 높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언제 할 것인가>는 바이오 리듬에 대해 무지한 내게 어떻게 하면 내 생체 시계에 맞춰 더 생산적인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에너지 면에서 하루 동안의 최고점, 최저점, 반등의 시점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올빼미 형은 최고점이 깊은 밤이며 늦은 새벽과 아침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 종달새 형은 아침에 생산력이 가장 높은 최고점에 도달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중간에 위치한다. 저자는 내 최고점과 최저점이 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의 생활 패턴을 유심히 관찰하라고 제안한다.
내 하루 패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로 오전엔 무언가를 읽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설 같은 픽션보다는 사실적인 글 위주로 말이다. 오후에는 운동을 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등 예체능 쪽 활동을 하는 걸 선호한다. 기계적인 작업이나 남에게 보여줘야 하는 글을 써야 하는 일은 거의 저녁에 하게 된다. 이런 생활 패턴이 단순히 습관인 것인지, 아니면 '최고점'과 '최저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일과를 단초 삼고, 필요하다면 패턴을 달리해보는 실험을 통해서 언제 가장 효율이 높은지 파악해보려고 한다.
'슬럼프'를 '스파크'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부분도 유용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하다보면 쉽게 지루함과 권태에 빠진다. 나도 마찬가지로 삶에서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니면 쉽게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오히려 활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없던 에너지가 생기고 분발하는 것이다. 이 서평 또한 한주의 중반 즈음에 되서야 고민하고 비로소 써내려가기 시작한걸 보면 역시 데드라인의 중요성은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간은 중요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시간은 우리 삶에서 어쩌면 유일한 것이다."
효과적인 시간 분배, 적절한 휴식, 마지막 스퍼트 높이기.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고만 있던 타이밍의 과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타이밍에 대한 각론.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행동 규범을 제시한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