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때 수학을 정말 못했다. 초등학교 때 수학 쪽지 시험에서 0점을 맞은 적도 있었다. 짝꿍이 채점해준 자신의 수학점수를 한명씩 돌아가면서 선생님한테 얘기해야 할 때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던 내가 수학을 잘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었고 공부방법을 터득하게 되자 수학도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하면 점수가 오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수학 문제를 푸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 연습을 열심히 했고 시험 성적은 대부분 90점 이상이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은 수학이었고 중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 모두 A를 받았다.
초등학교 수학 시험 성적을 토대로 내 학창시절 전체의 수학적 능력을 판단했었다면? 아마도 중고등학교 때 수포자가 되거나 겨우겨우 낙제를 면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공부, 혹은 다른 여러가지 것들에 있어서 능력은 선형 그래프 처럼 꾸준하게 일정한 간격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불가능하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난 수학을 통해 깨달았다.
토드 로즈가 쓴 <평균의 종말>에는 '저능층', '우월층', '평범층'에 대한 논한 프랜시스 골턴이 등장한다. 골턴은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훌륭한 대가들은 우월층에 속한다고 여겼으며,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사람들은 저능층이라고 불렀다. 골턴은 또 한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IQ가 높으면 뭐든지 잘할 것이라는 생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평균이 되는 것을 갈망하는 동시에 평균에서 훨씬 벗어나려고 한다. 평균과 크게 차이가 나면 우월할 것이라는 골턴과 비슷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난 이 책을 체인지그라운드 직원들의 필독도서로 처음 접했다. 평소 획일화된 시스템보다는 개개인의 잠재력을 어떻게 발휘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고작가님이 추천하신 도서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조직 내에서 개인화를 통해 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 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균의 종말>에서 저자는 평균이 아니라 개개인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개개인의 재능과 잠재력을 단 하나의 점수나 지표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너선 하이트가 쓴 <바른 마음>에 따르면 IQ는 지능과 큰 상관이 없으며 IQ가 시사하는 것은 얼마나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거를 잘 찾아낼 수 있는지라고 한다. 몇가지의 테스트가 인간의 능력을 포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다. 그 테스트 또한 인간이 만든 것이며 지극히 단편적이고 결함이 많기 때문이다.
또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개인의 재능과 행동이 상황적 맥락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본질주의적 사고에 따르면 누군가의 특성을 알면 그 사람이 학교나 직장생활에서, 혹은 연애 상대로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다. 외향성, 공격성, 감수성 등의 특성들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사람들을 판단할 때 그 사람들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고는 그들이 어떠할 것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서 행동은 많이 바뀌기 마련이다. 직장 상사의 성격에 따라서 회사생활에 더 열정적이거나 부정적이게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평범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IQ가 몇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반에서 최소 몇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 키는 최소 얼마나 되어야 적당하다는 것 등이었다. 평균 안에 들지 못하면 내가 하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와면 생각하면 내가 생각하는 평균은 '중간값'에 지나지 않았다. 중간값은 말 그대로 숫자들을 나열했을 때 그 정 가운데에 위치하는 것일뿐, 일반적이고 평범하다고 부를 수 있을만한 것은 아니었다. <평균의 종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균', 혹은 '일반적'이란 개념을 깨부순다.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직원들의 개개인성보다 표준화와 집단의 규칙을 중요시 하는 지금의 기업 문화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버트런트 러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