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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Aug 27. 2019

지식이 아닌 생각의 시대가 왔다

예전의 난 지식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큰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누군가가 내 꿈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지식을 많이 쌓아서 박학다식한 사람이 되고, 그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요약하자면 지식의 흡수, 그리고 가르침을 행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난 당시 내 대답이 매우 나이브한 것이었단 걸 알게 되었다. 단순히 지식만 있다고 꼭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에 있었다. 많은 정보보다는 지식을 통합하고, 지식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보고, 지식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 등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 중요했다.


최근에 읽은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는 이런 내 생각의 오류를 콕 집어서 바로잡아주는 책이다. 저자는 이제 지식의 시대는 지났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지식은 맘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선생님이 지식을 주입시켜주는 시대는 지났다. 바야흐로 생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저자는 5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은유였다. 은유는 서로 다른 2개의 사물들 간의 유사성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꽤 어려운 지적 작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은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표현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시간은 돈이다' 처럼 비유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은유의 힘은 막강한데 유사한 것을 통해 그 안에 있는 본질을 파악하여 보편성을 밝히기 때문이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야 은유를 잘 사용할 수 있다.  


은유에 탁월한 대표적인 사람들은 시인이다. 난 함축적인 표현을 좋아해서 비유가 많은 짧은 글을 종종 쓰고 시집도 자주 읽는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로 완전히 다른 사물들을 기발하게 연결하는 시인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같은 시를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


은유는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는 천재적인 생각의 도구다. 사물들의 보편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범주화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놀랐던 것은 문맹이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사물들 간의 기본적인 공통점을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유사성을 파악하는 능력은 학습을 통해 키워진다는 사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다른 한가지는 '가추법'이란 추론 방법이다. 연역법과 귀납법에만 익숙했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연역법과 귀납법의 단점을 보완한 생각법, 그리고 천재들이 자주 활용했던 추론 방법이라는 사실에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순 없지만 재독과 개인 조사를 통해 더 확실하게 개념을 파악하고 싶다. 


생각의 탄생과 생각의 시대를 연이어서 읽으며 사고의 중요성을 더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지식과 동시에 풍성한 사고의 도구를 가지고 있어서 '지혜'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가?

"몸이 건강하고, 정신이 지혜롭고, 성품이 순수한 사람"

-탈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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