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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Sep 11. 2019

반항심의 불씨가 꺼져서는 안된다.

정치와 외교 문제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 때문인지 나는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나를 둘러싼 세상과 체제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던 대학교 시절에도 반체제적인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미군기지 반대 운동, 노동 운동, 세월호 집회 등에 대해 조사했고 시위 참가자들을 인터뷰했다. 반골기질이 있나 싶을 정도로 권위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꼈고 기존 질서에 저항하거나 그런 사람들을 볼때면 희열을 느꼈다. 


비슷한 맥락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사람들을 존경했다. 세금 납부를 거부하고 스스로 감옥에 들어갔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유명한 작가가 된 이후에 내면에 집중하기 평생 은둔하면서 글을 썼던 J.D. 샐린저, 많은 직장들을 뿌리치고 인도로 여행을 떠난 시인 류시화. 



<오리지널스>는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반갑게 느껴졌다. 애덤 그랜트의 전작 기브앤테이크에서와 비슷하게 이 책은 다양한 인물들을 따라가며 독창성을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경제적,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는 사람은 태생부터 남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급진적이고, 타협하지 않고, 눈치를 보지 않으며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세상을 바꾸는 주역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오리지널스는 주장을 비교적 온건하게 전달하고, 선발주자를 모방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결국 오리지널스로 성공하려면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뿐 아니라 현체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기존 질서를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인간에 대한 깊은 지식과 통찰, 대중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괴짜'라는 타이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복잡한 현재 상황 속에서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능력까지가 창의성의 범주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순응하기란 매우 쉬운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처럼 입을 다물고 있으면 특별히 불이익이나 미움 받을 일도 없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나조차도 내 안에 늘 잠자고 있던 반항심이라는 불씨가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고 아쉬울 때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새삼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에 반기를 들면 상을 주었다는 애플처럼 우리나라 기업에서 권위에 맞서는 행동을 시스템으로써 장려하는 문화가 생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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