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호텔이 최근 서양 국가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예인, 기업, 정치인들까지도 브루나이 호텔을 이제 안 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우선 배경부터 살펴봅시다.
브루나이가 어디 붙어있는 나라에요?
브루나이,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어디 있는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브루나이는 동남아의 인구 43만명 정도 되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인구의 67%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이고 술탄이 통치하고 있어요. 이 작은 왕국은 아시아의 베니스라고 불려요. 석유와 천연가스가 수출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5위 부자 나라입니다. 요즘엔 한국인들이 더 많이 가는 휴양지로도 각광받고 있죠!
근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에요?
브루나이 왕국이 4월 3일 끔찍한 법을 통과시켰어요. 바로 동성애나 간통을 하는 사람들에게 죽을 때까지 돌을 던져 사형시킨다는 법입니다. 도둑질을 한 사람은 사지를 절단한다는 법도 함께요. 이는 샤리아라고 하는 옛날 이슬람 법에 기초한 것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법이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외국인과 아이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 정말 이슬람 법에 이런 내용이 있었을까요? 사실 모든 고대 법전이 그렇듯 샤리아법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요. 규율을 문자 그대로 표면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서 해석하는 방법도 있죠. 원리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텍스트를 기반으로 극단적인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다보니 시대에 맞지 않는 법도 생겨나게 돼죠. 이렇게 잔인한 처벌이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이 낮더라도, 이것은 매우 심각한 인권 침해입니다.
여기서 잠깐.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 다들 아시죠?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학계의 오랜 의견입니다. 1937년 미국정신의학회는 ‘동성애가 그 자체로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도 LGBT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밝혔죠.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말합니다.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문화를 가진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는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고통을 받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병이 생기기도 한다고요.
브루나이는 원래 이런 잔인한 법이 있었나요?
브루나이는 2013년부터 샤리아법에 의한 처벌을 시행했어요. Shariah Penal Code라고 불리는 샤리아 법은 금요일에 기도를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임신을 한 여자들에게 벌금을 매기거나 징역을 살도록 했죠. 술탄은 이런 무거운 처벌에 굉장히 만족했어요. 그의 말에 의하면 샤리아법은 ‘엄청난 성공’이었죠. 동성애도 브루나이에서 항상 불법이었고 최대 10년 징역살이를 할 수도 있는 범죄였습니다. 최근 통과된 동성애 관련 처벌은 모든 샤리아법을 통틀어 가장 잔혹한 처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외국사회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텐데요.
맞아요. 서양 국가들과 외국 단체들은 브루나이의 법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어요. 외국 시민들도 집회를 열고 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죠. Human Rights Watch는 브루나이 정부가 사지를 절단하는 행위, 돌을 던지는 것, 인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동을 즉시 멈춰야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엠네스티 인터네셔널도 “이런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을 합법화하는 것은 극악할만하다”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냈죠. 뉴질랜드 부총리는 브루나이의 결정이 국제사회의 규율과 인권을 침해하는 결정에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브루나이의 이슬람 원리주의적 법은 브루나이 뿐만 아니라 인접한 동남아 국자들도 점점 더 극우화 시킬거라는 우려도 일으키고 있어요.
아하. 그래서 브루나이 호텔을 보이콧 한 거구나.
돈이 많은 사람들과 기업이 선택한 수단은 ‘호텔’이에요. 브루나이 왕실이 소유한 고급호텔을 불매하자는 것이죠. 현재 브루나이 왕실은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돌체스터 콜렉션이라고 하는 9개의 럭셔리 호텔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루나이의 술탄 하사날 볼키아는 어마어마한 부동산 부자입니다. 한 곳은 1년치 임대료만 해도 5억 파운드 (약 7400억원) 나 된다고 해요. 빌게이츠가 등장하기 전, 세계 최고의 부자였다고 하니, 상상이 가시나요?
브루나이 술탄이 소유하고 있는 베버리 힐스 호텔
조지 클루니, 엘톤 존 같은 연예인들은 런던과 LA에 있는 호텔 사용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조지 클루니는 이렇게 말했죠. “그 호텔에서 미팅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마다 자국민들을 동성애나 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돌로 쳐서 죽이는 정부에게 돈을 주는 셈이에요. 이런 인권 모독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돈을 지불할 수 있습니까? 죄없는 국민들을 살해하는데 돈을 보태는건데도요?” 사실 헐리우드는 술탄이 샤리아법을 처음 통과시킨 2014부터 호텔을 보이콧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브루나이 왕실이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도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로열 브루나이 항공이라고 불리는 이 항공사는 호주, 런던, 두바이 등에서 운항중입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어떤 반응이었어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이웃 국가들은 침묵하고 있는 상태에요. 오히려 서양 국가나 아세안이 국내 정치에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사실 브루나이 말고도 여러 동남아 국가들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처벌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브루나이의 옆나라 싱가포르에 태형 같은 잔혹한 처벌이 있다는 건 유명하죠. 오히려 이런 형벌이 부각되어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속으로 조마조마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브루나이는 끄떡하지 않고 있나요?
다른 나라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브루나이는 아직 법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요. 이런 브루나이 왕실에게 국제사회는 점점 더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대중교통은 브루나이 항공사에 대한 광고를 철회하겠다고 말했고 영국 킹스컬리지 대학은 술탄에게 부여했던 명예 학위를 다시 거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런 국제사회의 압박에 브루나이는 어떤 행보를 택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