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권정생은 <몽실언니>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그 말의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간뿐만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인간 역시 불행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세상의 폭력과 무관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특권적 위치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에 대해 무지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권정생은 그런 삶을 불행하다고 보았다. 대체 왜 불행하다고 보는 것일까? 그럼 권정생은 무엇을 행복이라고 본 것일까?
"이 세상의 모든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권정생의 이 말이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필사하면서 되새김질을 했다. 아마도 세상의 비참으로부터 무지하고 무관하고 안락한 삶은 '충만한 삶'이 아닐 것이다. 비록 고뇌로 가득할지언정, 그로 인해 육신의 고통을 겪을지언정, 세상의 비참에 접속하는 삶이 행복에 가까워지는 삶인지는 모르겠으나, 불행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몽실언니>를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진다. <몽실언니>를 읽을 때마다 무엇인가 꽉 채워지는 느낌, 충만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도서관에서 <몽실언니>를 읽는 사람들이 많다. 그걸 알고 나니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