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가 내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추천하면서 좋았던 포인트 관련 수다 떨다가 나온 이야기. 직장에서 선배, 상급자, 관리자답게 적절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드물긴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친구가 그 드라마에서 좋았던 지점이 바로 그것. 장애가 있는 사회 초년생인 주인공과 같은 팀 동료들의 행동, 태도, 관계. 실제 직장에서 그런 선배, 상급자, 관리자는 거의 없지만, 가상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그런 캐릭터의 등장인물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로, 응원, 치유가 되는 기분이라는 것.
경찰, 체육인, 인권 침해 피해자 인터뷰에서 꼭 물어보았던 것은 지금까지 조직 생활하면서 그런 사람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큰 곤경을 겪고 있거나 지나온 사람조차도 돌이켜보면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동안 수행했던 연구에서 인터뷰 참여자가 인터뷰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실컷 털어놓고 나서, 그런 '괜찮은 주변인'에 대한 경험을 말하고 나면, 그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그 사람의 삶에서 분명히 존재했으나 그 존재감이 희미했거나 간과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분명해지고, 가벼웠던 그 기억에 무게가 실린다.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갖게 되면 그렇게 삶의 경험이 재편되고 존엄한 존재로서 자율성의 감각을 갖게 된다.
친구에게 그간 연구 경험에서 느낀 바에 대해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 회사에도 분명히 그런 분이 있다고 했다. 자기보다 근속연수가 짧고, 사회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후배를 진심으로 적절하게 대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관리자/선배/고위직 말이다.
일본 드라마 <정의의 정>은 젊은 여성 검사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첫 발령으로 부임하게 된 부서는 지독하게 가부장적인 나라 일본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분위기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속한 부서의 검사장, 선배 검사, 조사관 모두 주인공보다 나이 많은 남자인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짜 여성 검사를 조심스럽지만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하고, 같은 부서의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본다.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배려'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맡은 소임에 충실한 방식으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딱 그런 기분이었다. 가상현실이지만 위로와 응원이 되는 기분이었다.
비록 드라마의 풍경이 현실에서 좀처럼 가능해 보이지 않더라도, 꼭 기억하려고 한다. 비록 드물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꼭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