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彼らが本気で編むときは、, 2017)
영화는 엄마와 둘이 사는 초등생 여자아이가 외삼촌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시작된다. 엄마가 연애할 때마다 집을 비우면 아이를 돌보는 일은 엄마의 남동생 몫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삼촌에게 동거인이 있었다. 법적으로 아직 남성인 트랜스 여성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었던 것. 외삼촌은 서점 직원으로, 외삼촌의 ‘그녀’는 노인돌보미로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함께 보살핀다.
외삼촌의 ‘그녀’는 아이의 머리도 묶어주고, 귀여운 도시락도 싸주고, 속상한 일로 인해 벽장 속에 짱 박힌 아이와 종이컵 전화기로 속 깊은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나는 누가 내 머리 건드리는 것을 싫어하고, 저런 모양내기 도시락 싸는 건 뻘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어도 좋으니, 이 세상 모든 아이에게 저렇게 다정한 어른, 한 명쯤 갖게 해 주고 싶다. 라고 쓰고 나니, 어쩐지 울컥...
‘엮을 때’라는 제목이 좀 이상하고 어색해서 찾아보니, ‘編む’는 옷을 ‘(뜨개질로) 엮다, 뜨다, 짜다’는 뜻의 일본어다. 제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자면, ‘그들이 진심으로 뜨개질할 때/무엇인가를 짤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에는 뜨개질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녀’는 108개의 번뇌를 상징하는 ‘그것’을 다양한 색의 실로, 다양한 크기로 뜬다. 그 작업에 아이와 외삼촌이 함께 한다.
그리고 극 중 노인돌보미인 ‘그녀’가 보살피는 아이의 할머니 역시 뜨개질을 했던 인물이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떠서 만드는 일이 이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의 엄마는 뜨개질을 하지 않는다. 치매인 할머니 역시 이제 더 이상 뜨개질을 하지 않는다. ‘엄마’가 늘 그리웠던 아이는, 자신을 보살피는 사람들과 함께 뜨개질을 하면서 ‘진심’을 경험한다.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뜨개질로 연결되는 ‘진심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한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영화”
‘다양성 영화’라며 이 영화를 추천해준 지인의 말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굳어진다. ‘넷플릭스가 흥할수록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래.서. 내가 그 모든 OTT를 구독하지! 다양성을 누리려면 그만큼 돈이 드는 세상. ㅜㅜ
연말에 차분하게 혼자 보기 좋은 영화.
덤으로 하나 더 추천. 짝꿍은 방학만 되면 <말괄량이 삐삐>를 달린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름) 겨울 방학용 복습으로 짝꿍이 추천하는 것은 ‘호떡’ 먹으면서 <말괄량이 삐삐>, < 개구쟁이 스머프> 보기. 나는 그보다는 과자 먹으면서 좀비물 달리기를 좋아함.
사족. 심심하고, 담담하며, 착한 ‘범생이 장르’의 일본 영화가 그냥, 무조건 ‘고플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볼거리 목록에 넣어 둔 일본 영화를 꺼내어 야금야금 보곤 한다. 일본 드라마 장르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아기자기한 실내 공간의 풍경. 작고, 오밀조밀한 디테일이 다채로운 일본 가정집의 풍경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아, 이렇게 쓰고 나니, 또 이케아 가고 싶네...이런 물욕 대마왕!
2021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