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때 들었던 이야기. 4수인가 5수인가 한 동기 언니가 있었다. 다른 대학에 잠깐 다니다가 몇 차례 대입 응시를 거듭한 이였는데, 그 언니가 재수 학원에서 알고 지낸 지인한테 들었다는 이야기다. 내용인 즉 이렇다.
한 재수생이 귀가하려고 늦은 밤 학원에서 나왔는데 누가 자꾸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란다. 학원 근처 숙소로 걸어가는데 그 시선이 줄곧 자기를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절대 뒤돌아보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정말 무섭기도 해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고 한다.
그래도 누가 따라오는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괜한 걱정인가 싶기도 해서, 걸음 속도를 조절해 보기로 했단다.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아주 빨리 걸어보기도 했는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신을 쫓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더란다.
그렇게 30분을 걸어서 주택가 골목 끝에 있는 집에 다다랐다. 드디어 집에 당도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떨리는 손으로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순간,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자신도 모르게 뒤따르던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단다. 뒤따르던 이가 옆집 담벼락 전봇대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 서있었다. 그 얼굴을 쳐다본 순간 기절했다고 한다.
그 후 재수생은 신경쇠약으로 입원했고, 입시를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려준 지인이 직접 경험자인지 아니면 건너들은 이야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괴담을 전해준 동기 언니의 전언인 즉, 누군가 직접 경험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당사자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 들려준 이야기라고 하는데, 너무 충격이 커서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격과 공포가 여전히 기억난다. 80년대 유행했던 달걀 귀신 괴담일 수 있겠지만, 이야기 속 재수생을 무너뜨린 '신경쇠약' 상황에 깊이 몰입했더랬다. 그러고 보니, 동기들은 여름에 모이기만 하면 대학가 괴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여고괴담 시리즈와 더불어 재수생 괴담, 대학가 괴담이 연속 시리즈물처럼 돌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학생이라는 신분, 학생들이 모여있는 학교, 대학, 학원이라는 공간, 이는 괴담이 출현하는 곳이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다. 불안한 눈빛을 지닌 인간이다···여성 소설가 3인이 꼽은 ‘무더위 날릴 공포소설’"이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를 읽고 생각나서 떠오른 괴담 기억 하나를 적어보았다. 작가들이 추천해준 괴담 읽고 수다 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