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사람을 끄는 악당
진정한 용기(True Grit, 1969)
서부 영화는 시각적, 청각적 피로감을 주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장르다. 이래 저래 시달리는 일이 많을 때 보면 딱이다.
존 웨인 말년에 찍은 1969년 영화 "True Grit, 진정한 용기".
코엔 형제의 "True Grit, 더 브레이브"와는 디테일만 살짝 바뀌었을 뿐 1인칭 화자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전개. 마지막 부분에 매티가 루스터 보안관과 함께 가족 묘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매티는 노인 루스터에게 죽으면 내 옆에 묻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어린것이 깜찍하게.
존 웨인의 연기는 관록이 절정에 달한지라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몰입하게 해 준다. 코엔 형제의 "true grit"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사막 같은 풍경이었으나, 이 영화의 서부는 아름다운 숲과 산을 배경으로 한다. 절경이다. 미국에 가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69년 영화에서는 매티가 악당의 우두머리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악당이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자기를 구해준 사람을 죽게 한 악당임에는 분명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항변하는 매티에게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철학을 들이댄다. 그게 이 악당이 척박한 무법천지 서부에서 살아가는 법이다. 사람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자기 만의 삶의 원칙이나 코드를 내 보일 때, 그리고 그러한 원칙을 갖게 된 독특한 삶의 조건이 보일 때, 이상하게도 설득력이 있나 보다.
2011년 3월 25일